메뉴 건너뛰기

2016.04.15 23:27

꽃은 말한다

조회 수 654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벚꽃.jpg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는 눈발과 영하로 내리 꽂는 수은주가 얄밉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추워도 그리 위축되지 않고 더워도 그리 호들갑을 떨지 않음은 오랜 세월 끊임없이 반복하여 다가와주는 사계절에 대한 믿음(?)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 한국에 와있다. 가는 곳마다 휘날리는 벚꽃 잎이 몹시도 정겹다. 내가 한국을 떠난 후에 곳곳마다 벚나무를 많이도 심었다. 개천이 있는 듯한 변로에는 여지없이 벚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특유의 옅은 분홍벚꽃은 밤이 되면 조명을 받아 하얀 눈송이로 착각하리만큼 흐드러짐을 자랑한다. 매년 나오는 고국이지만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꽃향기에 취해있다. ‘한국의 봄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영원한 이방인은 그래서 봄의 매력에 시샘을 내고 있다.

 

 꽃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말한다. 인생 참 바쁘다. 시작했는가 하면 저녁이요, 토요일이요, 월말이다. 그런 분주함 속에서도 꽃은 인생의 발걸음을 조금은 더디 띠게 만든다. ‘느림의 미학’을 꽃은 그 자태로 가르쳐준다. 그 아름다움을 눈으로 느끼며 멈춰서는 인생이 귀하다. 왜 사람들은 분주할까? 아름답기 위해서이다. 조금 더 부요해지면, 조금 더 지식이 증가되면,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움이 보장될 것으로 생각하며 사람들은 오늘도 “The More~"를 외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발걸음을 수정해 주며 꽃은 우리에게 말한다. 아름다움은 더 갖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꽃은 향기로 말한다. 어린 시절, 짙은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엄마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젊은 시절에 비 오는 날 올라탄 시내버스에서 코를 파고드는 여인의 화장냄새가 역겨워 고개를 돌린 적이 많았다. 그런 내가 화장냄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랐다. 아! 내가 늙어가고 있구나! 꽃은 다 향기를 가지고 있다. 꽃을 발견하면 대부분 코를 가져다대고 향기를 맡는다. 현기증을 일으키는 꽃향기가 인생조차 아름답도록 세뇌 시킨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향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향기가 진한 사람이 있다. 오늘 부산에 낯선 “돼지국밥” 집에서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중년 남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참 유치하다. 참 가련하다.

 

 꽃은 색으로 말한다. 정훈희의 <꽃밭에서>라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는 이렇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꽃을 멀리서 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꽃을 깊이 들여다보며 음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피어난 꽃을 유심이 들여다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꽃 안에 담겨있는 꽃술, 꽃가루의 조화를 바라보며 감탄하게 된다. 그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꽃 안에 담겨있는 다채로운 빛을 우리는 얼마나 발견하며 살고 있을까?

 

 꽃은 기다림으로 말한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외로이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그 뿌리 밑둥에서 꽃은 봄을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간다. 칼바람이 나뭇가지를 훑고 지나가며 아픈 소리를 낼 때에 꽃은 “참자고, 참아내자.”고 나무를 격려한다. 눈송이가 나무뿌리를 덮어버리고 가지에 무게를 더 할 때에도 꽃은 봄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인생은 기다림이다. 인내하며 기다리다보면 꽃은 피어나게 되어있다. 이제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꽃은 기다림의 유산이다. 꽃을 보자, 그리고 꽃에게 탄성을 지르자! 너무 아름답다고, 너의 인내가 이렇게 세상을 밝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있노라고. 우리 모두 꽃처럼 살자!

 


  1.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4045
    Read More
  2.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4351
    Read More
  3.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4873
    Read More
  4.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4856
    Read More
  5.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5173
    Read More
  6.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4848
    Read More
  7.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4818
    Read More
  8.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5254
    Read More
  9.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4723
    Read More
  10.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5282
    Read More
  11.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5302
    Read More
  12.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5484
    Read More
  13.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5235
    Read More
  14.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5374
    Read More
  15.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5221
    Read More
  16. 지금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정이 생기거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것이 흔한 일상이지만 사소한 게으름이 인생의 기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경험을 ...
    Views5423
    Read More
  17.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5380
    Read More
  18.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5338
    Read More
  19.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5445
    Read More
  20.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50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