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5.12 15:31

독방 체험

조회 수 555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감옥체험.jpg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하고 위아래로 늘어서 있다. 각 방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있고, 식사도 배식구를 통해 넣어 준다. 강원 홍천군 남면 용수리에 마련된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내 안의 감옥>이다. 행복공장은 ‘독방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는 물론 직업도 모두 다양하다. 이들은 마치 교도소 수감자들처럼 번호표가 붙은 수의 비슷한 옷을 입고 독방에 들어가 24시간 동안 수감자가 된다. 오후 2시, 방 안에는 간단한 침구와 세면대가 달린 화장실, 그리고 필기도구만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문이 ‘찰칵’ 하고 잠기는데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그 ‘찰칵’ 하는 소리가 가슴을 두드려요. ‘내가 갇혀 있는 거지, 이제 내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는 거고, 나는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더라고요.” 한사람은 ‘아, 어떻게 견디지?’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단절된 느낌, 뭔가 끊어지는 느낌에 ‘살짝’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핸드폰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고 TV. 인터넷이 없이는 갑갑해서 견디지 못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 끊어버리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다. 감옥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현직 변호사는 원인모를 눈물이 흘러 주체를 못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달려왔던가?’에 대한 회한이었다. 중직 회사원은 그냥 누워 허공을 주시하며 몇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몇 시간이나 좁은 감방을 서성인다. 그러다가 ‘내가 스스로 이곳에 온 것이 다행이다. 정말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혔다면 어쩔 뻔했을까?’하며 자신을 위로한다.

 

 두려움 반, 기대 반-그렇게 사람들은 각자 독방에서 24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목적은 ‘나를 찾는 것’이었다. 너무 바쁘게 살아온 삶을 잠시 멈추고 <감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생각 끝에 ‘유언장’을 작성해 보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그런데 그건 너무 빨리 끝나더군요. 그걸 쓰는 데 딱 10분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언장을 쓰며 심연 깊이 숨어있는 “욕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아, 그래. 모든 것이 내 욕심에서 시작되었구나!’

 

 독방의 유리창은 날이 어두워지며 거울이 된다.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창문 거울에 비추어지는 얼굴을 대하며 사람들은 또 다른 명상에 잠긴다. ‘아직도 내가 버려야 할 게 많구나. 혼탁한 구석이 많구나.’ 큰 깨달음은 없었지만 모처럼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사람들은 독방에서 체험한다. 현직 교수는 독방에 들어가자마자 잠부터 잤다. 깨어나니 불현듯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시작했다. ‘기뻤던 일, 잘못했던 일들, 행복했던 순간들.’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다가 ‘만약 지금부터 1년만 살게 된다면?’ 질문을 던진다.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마지막 1년을 즐기다 가리라!’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왜 사람들은 하필 독방에 스스로 갇힌 것일까? 혼자 있기 위해서이고 결국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드디어 독방에 갇혔던 시간이 끝나고 24시간 만에 감옥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샤워하고 난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완전히 깨끗한 건 아니더라도 한결 정신이 맑아지고 차분해졌다. 충전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을 독방체험을 통해서라도 실천해 보려는 현대인들의 몸부림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작은 방에 혼자 머무르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과연 기독교는 지금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러면서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삶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것도 지혜라는 깨달음이 왔다.


  1.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738
    Read More
  2.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5086
    Read More
  3.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5241
    Read More
  4.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5488
    Read More
  5. No Image

    잊혀져 간 그 겨울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날씨는 음력이 정확하게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설(22일)을 넘어 입춘(2월 4일)이 한주 앞으로 바싹 다가서고 있다. 불안한 것은 눈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
    Views5102
    Read More
  6.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5382
    Read More
  7.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5825
    Read More
  8. No Image

    돋는 해의 아침 빛<2023년 첫칼럼>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돋이를 위해 산이나 바다로 향한다. 따지고 보면 같은 태양이건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 바라보는 태양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목사이기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요, 삶이 된 것 같다. ...
    Views5820
    Read More
  9. No Image

    그래도 가야만 한다<송년>

    밀알선교단 자원봉사자 9학년 남학생에게 물었다. “세월이 참 빠르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란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세월이 안간다’고 느끼는 세대도 있구나! 그러면서 그 나이에 나를 생각해 보았다. 경기도 양평...
    Views6130
    Read More
  10. 명품

    누군가는 명품 스포츠용품만 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흔히 신는 운동화 하나가 그렇게 고가인 줄은 전혀 몰랐다. 2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을 때이다. 한국에서 절친이 찾아왔는데 갑자기 “‘로데오거리’를 구경하고 싶다&rdquo...
    Views5855
    Read More
  11. 겨울 친구

    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그래도 실내에 들어서면 온기가 충만하고 차에 올라 히터를 켜면 금방 따스해 지니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지금보다 날씨가 더 추웠는지 아니면 입은 옷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그때는 ...
    Views5891
    Read More
  12. 누가 ‘욕’을 아름답다 하는가?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조용히, 어떨 때는 큰 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거칠고 성난 파도가 치듯 말을 하기도 한다. 말 중에 해독이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욕’이다. 세상을 살면서 욕 한마디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기...
    Views6300
    Read More
  13. 인연

    어느새 2022년의 끝자락이다. 3년의 길고 지루했던 팬데믹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금년 세모는 서러운 생각은 별로 안드는 것 같다. 돌아보니 금년에도 바쁘게 돌아쳤다. 1월 새해 사역을 시작하려니 오미크론이 번지며 점점 연기되어 갔다. 2월부터 ...
    Views5604
    Read More
  14. 인생을 살아보니

    젊을때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스쳐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청춘은 힘겹고 모든 것이 낯설다. 넘어지고 깨어지고 실수하지만 멈출 수도 없다. 학업, 이후의 취업. 그리고 인륜지대사 결혼. 이후에는 더 높은곳을 향...
    Views6261
    Read More
  15.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6292
    Read More
  16.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6483
    Read More
  17. 기다려 주는 사랑

    누구나 눈을 뜨면 외출을 한다. 사업이나 직장으로, 혹은 사적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누군가 출입문을 나설때면 배웅을 해준다. 덕담을 곁들여서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등교를...
    Views6233
    Read More
  18. 완전할 수 없는 인간의 그늘

    사람은 생각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이다. 우선 다양성이다. 미국에 살기에 실감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를 뿐 아니라 문화가 다르다. 따라서 대화를 해보면 제스추어도 다양하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정적이다. 대부분 목소리 톤이 낮다. 끄덕이며, 반...
    Views6327
    Read More
  19. 존재 자체로도 귀한 분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
    Views6035
    Read More
  20. 지금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정이 생기거나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그것이 흔한 일상이지만 사소한 게으름이 인생의 기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경험을 ...
    Views629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