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45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풋풋한 젊은시절.jpg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줄을 놓지 않으며 꼬박 1년이 지나갔다. 하기야 얼마나 많은 계절을 반복해 지나치며 오늘에 이르렀던가? 겨울이면 추워서 몸을 움츠리며 살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마당에 나가면 엄마는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 준비해 준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등교를 해야 함에도 물에 손을 담근채 멍 때리고 저만치 모이를 쪼고 있는 새들을 바라본다. 엄마의 큰소리에 놀라 고양이 세수를 하고 물기를 머금은 손으로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는 과정을 겪어야만 하였다. 그래도 그 시절의 겨울은 싱그러웠다.

 

  이제는 그렇게 추위와 친근할 필요가 없다. 온도만 높여놓으면 실내온도는 절로 올라가고 목욕탕에 수도꼭지를 돌리면 원하는 온도만큼 시원하게 물이 쏟아진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한마디 한다. “아니, 언제 그렇게 나이를 먹었니?” 거울 속에 내가 웃고 있다. 지난 4일 결혼 35주년을 맞이하였다. 29에 아내를 만나 짧고도 찐한 연애를 하고 서둘러 결혼을 했다. 그때는 노총각 소리를 듣던 때였기에. 소박하고 가난한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동생까지 함께 했던 신혼은 실로 아슬아슬했다. 고부와 시누이 올케 사이에 끼인 남자의 처절함을 실감했다. 돌아보면 집이라도 넓든지 경제적 여유가 있었더라면 갈등은 조금 완화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결혼하자마자 아내는 임신을 했고, 입덧에 힘겨워하며 다가온 더위에 허덕이고 겨울이 되어 이듬해 출산을 하게 된다. 우리를 닮은 첫아이의 재롱에 시름을 잊으며 성역의 사명을 감당하였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 채 돌이 되기도 전에 담임목회가 시작되었다. 새벽기도 인도차 교회에 나오면 하루종일 머물며 목회에 전념하였다. 그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리던 때가 내 나이 30대 후반이었다. 주일 아침이면 교회 봉고차를 몰고 주일학교 아이들을 태워 나르고, 온종일 성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어야 하는 아내의 짐은 무겁고 버거웠으리라. 그때는 그것을 헤아릴 생각은 못했다. 사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가 저만치 잡힐 듯한데 어느새 35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듬직한 사위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딸들을 보며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내가 외쳤다. “얘들아, 우리도 바라만 보아도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 때가 있었다” 35년의 세월이 그런 분위기를 많이 희석시켜 놓았지만 우리 둘만이 아는 인생을 살아오다보니 이제 표정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끔 아내에게 물을 때가 있다. “당신, 그때 뭘 믿고 나에게 시집을 왔어?” 장애, 가난, 홀어머니. 실로 악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내 곁에 다가왔고 부부로 오늘을 맞이한다. 대답 대신 웃어주는 아내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결혼기념일 오후에 서로가 외쳤다. “와우, 35년을 함께 살았네. 이제 5년 지나면 40년이네한참을 웃었다. 부부는 사실 남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부가 되고 자식을 낳고 평생을 함께한다. 처음 만나 짜릿짜릿하지 않은 신혼이 있을까? 실로 산전수전 다겪으며 부부는 성숙되어 간다.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은 신비 그 자체이다. 신혼의 풋풋함, 중년의 농후함, 그리고 이제 익어가는 노년까지.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할 사람- 바로 곁에 있는 남자(여자)이다.

 

 수줍음 속에 서로를 알아가고, 아이들을 키우며 성숙해 가는 부부야말로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영화이다. 내가 기뻐하는 것보다 더 기뻐하고 내 아픔을 진정으로 부둥켜 안고 갈 사람. 마지막 내 삶을 곁에서 지켜줄 사람도 부부이다. 다들 행복하십시오.   

 


  1.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5175
    Read More
  2.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102
    Read More
  3.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062
    Read More
  4.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5290
    Read More
  5.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5588
    Read More
  6.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5299
    Read More
  7.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5537
    Read More
  8.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5514
    Read More
  9.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5227
    Read More
  10.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5900
    Read More
  11.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5661
    Read More
  12.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5139
    Read More
  13.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5502
    Read More
  14.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6220
    Read More
  15.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6905
    Read More
  16.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6326
    Read More
  17.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7047
    Read More
  18.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6694
    Read More
  19.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7279
    Read More
  20.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67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