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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4 21:25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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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png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어머니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러면 진짜 엄마같질 않아서였을 것이다. 하관을 하는 시간에도 나는 엄마를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까다로운 장로 하나가 나중에 당회에서 문제를 걸었다. 채신머리 없이 성도들이 보는 앞에서 담임목사가 엄마라고 부르며 우는 모습이 좀 그랬다나! 아니 엄마를 엄마라고 하는데. 사람 참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2살 때 소아마비로 항상 걷는 것이 힘들었다. 그럴때면 엄마는 내게 등을 내어밀었다. 엄마 뿐이 아니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의 등에 업혀보았다. 결혼을 해서는 아내에게도 종종 업혔다. 많은 사람들의 등이 있었지만 엄마의 등처럼 포근하고 따뜻하지는 않았다.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노래를 불러주었고, 나도 화답하며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 내가 좋아? 왜 좋아?” 엄마는 대답했다. “그냥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갔다. 이미 고인이 된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장애를 가진 아들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평생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을까?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한 불효막심의 형벌로써 이렇게 나를 사로잡아 놓아주지도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박경리 님의 '어머니'라는 시이다. 아직도 어머니가 생존한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20195. 장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끊고 용인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국화 속에 웃고 계신 장모님을 보며 또다른 서러움이 밀려왔다. 어머니를 여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아내를 보며 딸에게는 어머니의 존재가 남다름을 실감했다.

 

  얼마 전, 6학년 이슬 양(전북 부안군 우덕초등학교)이 쓴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상은..”이란 시를 읽다가 한참을 울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 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 이슬이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쓴 작품이다. 종이 위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시 옆에는 푸짐한 밥상 곁에 엄마와 손을 꼭 잡고 서 있는 이슬 양 모습이 담겼다.

 

 아무 때나 만나도 투정부릴 수 있는 존재, 내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어도 부끄럽지 않은 분. 떠난 후에야 그 커다란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분. 아무데서나 불러도 눈물이 흐르게 하는 분. 누구나 그렇듯이 그분을 떠나보내고 나서 속에서 올라오는 것은 불효한 생각뿐이었다. 홀연히 엄마가 떠나가셨을 때 무엇하나 효도한 것이 없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그래도 다시 만나면 엄마는 내게 말할 것 같다. “재철아, 난 네가 있어서 행복했단다. 그냥 좋았어

 

  가정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이다. 두 글자로 하면 사랑’, 세 글자는 안식처’, 네 글자는 땅의 천국’, 열 글자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아버지를 여섯 글자로 표현하면 속으로 우는 분’, 어머니는 정말 미안해요이다. 자녀를 네 글자로 하면 평생 원수’, 여섯 글자로 하면 그래도 내 사랑이 될 것이다. 교회학교에 다녀온 자녀가 질문을 한다. “오늘 교회학교에서 천국에 대해 배웠어요. 천국이 어떤 곳이에요?” 이때 부모가 얘야, 천국은 우리 집과 같은 곳이야. 우리 집은 예배와 사랑, 찬양이 있고 웃음이 넘치는 곳이잖니? 천국은 바로 우리 집과 같은 곳이란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가정을 사모한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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