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5.21 09:54

개똥 같은 인생?

조회 수 1308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신구.jpg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그림, 소설, 연극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재물과 연결되어 있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만 불러도 그 조회 수 만큼 작곡, 작사자 뿐 아니라 가수에게도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때에도 한국만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 나아가 세계적인 추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내다보며 만든다. 3년 전, 베트남에 갔을 때에 시장 가게마다 한국드라마를 틀어놓고 쉼취해 있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문으로 俳優(배우)는 사람 인()에 아닐 비()를 쓴다. 직역하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배역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착각을 한다. 70년대만 해도 악역을 맡은 배우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해야 했다. 그만큼 순진하고 단순한 시대였다고나 할까?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하면 주인공은 CF 모델로 발탁되어 억대의 수입을 거머쥐게 된다. 미국은 평범한 이웃을 광고 모델로 세우는 것 같은데 한국은 유명인과 CF는 절대 관계를 가지게 된다. 하기야 나도 한국 인천공항 편의점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선전하던 강원평창수를 사서 마셨으니까. 광고의 효과는 대단하다.

  연극 <장수상회>가 수년째 관객을 모으며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열기가 식은듯하지만 나이들어 기억을 잃어가는 노부부의 로맨스를 그린 연극은 잔잔한 감동으로 인생을 생각하게 하고 가족 단위에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배우 신구가 있다. 배우 생활 55년을 이어가는 고령의 나이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 그리고 CF까지 종횡무진 활동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창 공연에 바쁜 그를 찾아간 기자가 물었다. “배우로서의 삶이 무엇이냐?”. 신구는 심크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개똥같다.” 질문하던 기자가 당황한다. 의외의 답이었기 때문이다.

 명배우 신구는 왜 배우에 대한 많은 말 중에 굳이 개똥이라 했을까? 워낙 술을 즐기는 그였기에 술김에 한 말일까? 아마도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노후연금과 상사도 없기에 장기적으론 꺼리기는 직업이지만 처자식 벌어 먹여 살렸기에 좋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새삼스레 개똥이라는 말의 본의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대학에 입학하면 처음 대하는 학문이 철학개론이다.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교수가 하는 강의를 열심히 듣다가 친구끼리 내뱉은 말은 개똥철학이었다. 그럴듯하기는 한데 끝내 뜻을 파악할 수 없어 자구책으로 쓴 말인 듯 하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도 있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말도 있다. 스티브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 축사에서 비슷한 말을 인용하였다.

 분명한 것은 개똥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어쩜 인생은 신구의 말처럼 개똥같이 아무도 내 인생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매순간 흘러가는 삶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아닌 각본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는 배우의 삶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시인 김지하는 원색시 옛주소에서 그래 이제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고 외로움밖에 없고 후회할 일밖에 없고 참 개똥 같은 인생이다.”라고 읇조린다. 시를 쓸 때는 목숨 걸었지만, 시간이 흘러 방랑과 감옥의 산을 지나 이윽고 어느덧 신 앞에 앉았는데 외로움도 후회함도 없는 것을 보고 그렇게 외쳤던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실착함을 주입 당하며 성장했다. ‘성실은 생의 바탕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다른 어떤 인생의 기술보다 진정성 있는 인간이 되는 과정은 성실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성실하게 살면 삶은 고독하다. 그러니 이렇게살아도 저렇게살아도 결국 개똥 같은 인생이 아닐까?

 인생은 결국 참고 견디는 자가 단열매를 먹는다는 단순 논리인 것 같다

 


  1.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6215
    Read More
  2.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6217
    Read More
  3.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6297
    Read More
  4.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5996
    Read More
  5.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6078
    Read More
  6.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948
    Read More
  7.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936
    Read More
  8.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6168
    Read More
  9.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6459
    Read More
  10.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6253
    Read More
  11.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6425
    Read More
  12.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6362
    Read More
  13.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6216
    Read More
  1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6846
    Read More
  15.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6728
    Read More
  16.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6102
    Read More
  17.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6450
    Read More
  18.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7123
    Read More
  19.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7928
    Read More
  20.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723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