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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의 명언을 가슴에 새길 때 임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식목일이 대단한 날이었다. 전학생과 모든 교사들이 수업을 접고 학교뒷산에 나무를 심었다. 세월은 흐르고 이제 온갖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변해버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매년 심었던 나무들이 한국 산세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2017년 한 장애 학생의 부모가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2차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중, 주민들이 아예 토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자 학교설립을 허락해 달라며 학부모들이 맨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분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자녀가 장애아여서? 장애아를 낳아서?” 이 광경 앞에서도 주민들은 한방병원을 지어야 하니 쇼하지 말고 꺼져라. 교육감과 짜고 ××하는 거냐?”하며 험한 말을 내뱉었다.

 

 자녀들이 집 앞이 아닌 멀리까지 특수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애초에 특수학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특수학교 설립이 발표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여기며 특수학교 설립을 격렬히 반대한다. 일반학교였다면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모습이 펼쳐졌을까? 이들은 특수학교를 혐오시설’ ‘기피시설로 간주한 것이다.

 

 실로 “Not In My Back Yard(우리 집 마당에는 안 된다)” “님비 현상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그런 고초를 견디고 견뎌 20203<서진학교>가 문을 열었다. 꼬박 17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던 가정은 해당이 없다. 이미 아이들이 장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서진학교의 학급 수가 너무나 부족해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서울대보다 입학하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서진학교를 보며, 내일을 개의치 않고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농부의 마음을 읽었다. ‘내가 심은 것을 내가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행위를 어리석게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직하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분들로 인해 우리는 오늘 그 단 열매를 먹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한국에서 장애인들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장애인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홀대를 당해야 했고, ‘병신, 등신, 장님, 벙어리, 절뚝발이, 째보, 곰보등등. 비하하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15살에 갑자기 실명을 한 신학생이 분연히 일어섰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애인선교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하던 그는 몇몇 동조하는 사람들과 19791016<밀알선교단>을 창립하게 된다. 참석인원은 겨우 25. 미미해 보였다.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 장애인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그런 시대에 그는 사과나무를 심은 것이다. 장애인 사랑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 41년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장애인 사랑을 앞장서 주도하는 선교단으로 발전되어갔다일반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 놓았다. 장애인용어는 물론이요. 장애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회 일선으로 용감하게 뛰쳐나오도록 장()을 베풀었다.

 

갑자기 영화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깊은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선실에 차오르면서 2,000명 넘는 인원이 탑승한 여객선은 구명정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때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고 응원하기 위해 현악 4중주 팀이 연주를 시작한다. 폭풍우 몰아치는 갑판위에서의 연주 장면은 모두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누가 뭐라든, 후대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결단을 통해 인류역사는 발전, 계승되어왔다. 지금은 미미해 보이지만 내가 시도한 작은 일을 통해 한사람, 가족 나아가 온 인류에게 그 열매가 주어진다면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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