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3.04 08:57

아, 결혼 30주년!

조회 수 6047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a5186574d373308141457f90125ccff3 (1).jpg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못하라는 법이 있나? 사람만 바로 되면 되지?” 남의 일이면 된다. 하지만 내 문제면 사람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딸(아들)을 낳아 고이 길렀다고 하자. 장성한 딸(아들)이 “결혼 상대자”라고 데려온 당사자가 장애인이라면 선뜻 받아들일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그랬다. 나는 중 3때부터 이성교제를 했다. 그 세월이 20대 까지 이어졌으니까 참 많은 연륜(?)을 쌓은 격이 된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적령기가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진행된다. 그 무게는 짐작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아니 그 벽은 너무도 높았다. 누구나 자녀들의 배우자는 건강한 사람을 원한다. 그것은 부모라면 당연한 기대이다. 그 기대 때문에 장애인들은 결혼상대자로서 예외 부류이다. 나도 그 과정을 겪어야만하였다. 될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며 그 아픔은 더해갔다. 신학생들은 대개 결혼을 일찍 한다. 이성의 유혹에서 벗어나 성직에 일념하기 위함인 것 같다. 친구 전도사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려 갈 때에 나는 축가를 부르며 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대학 때부터 항상 붙어 다니던 송 전도사가 미혼이라는 사실이었다. 신대원 졸업반 가을이었다. 나를 캠퍼스 잔디밭으로 불러낸 친구는 먼 산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재철아, 나 결혼한다.” “엉, 누구랑?”(누구는 여자랑 하겠지!) 입에서는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작 내 머리에는 수 만가지의 생각이 스쳐갔다. 워낙 속이 깊은 친구여서 자신이 ‘결혼상대자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상처를 줄까봐 이제야 고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를 일이다. 절친인 ‘송 전도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신랑, 신부 친구들끼리 뒷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축가를 부르는 모습에 호감을 보이던 자매는 첫눈에 반해 대시한 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나와의 교제를 허락했다. 긴 생머리에 훤칠한 키. 하얀 피부의 자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와 주었다. 짧은 연애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마음을 공유했다. 그래서인지 그해 가을을 유난히 따뜻했다.

 

 덕수궁 미술관이 바라다 보이는 분수대에서 은행잎이 눈처럼 흩날리던 가을날 나는 과감하게 자매에게 청혼을 했다. 그 자리에서 ‘OK!'를 받아내지 못한 것도 내 장애 때문이었다. 자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벽이 가로놓였다. 3일을 함께 금식하며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를 기다렸다. 많은 장애인들이 양가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나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장인, 장모의 열렬한 응원을 힘입으며 1986년 3월 4일(화). 종로 5가에 위치한 <한국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우리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장애인들에게는 몇가지 두려움이 있다. “나도 결혼할 수 있을까? 나도 자녀를 낳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으면 건강할까?” 그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올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두 아이는 아빠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다행스럽고 고맙다. 무엇보다 30년의 세월을 동행하며 묵묵히 내조해온 아내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혹여 이글이 내 자랑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도 결혼할 수 있다!


  1.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5175
    Read More
  2.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103
    Read More
  3.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063
    Read More
  4.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5290
    Read More
  5.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5588
    Read More
  6.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5303
    Read More
  7.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5537
    Read More
  8.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5517
    Read More
  9.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5227
    Read More
  10.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5901
    Read More
  11.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5661
    Read More
  12.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5140
    Read More
  13.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5502
    Read More
  14.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6220
    Read More
  15.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6907
    Read More
  16.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6327
    Read More
  17.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7049
    Read More
  18.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6696
    Read More
  19.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7284
    Read More
  20.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67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