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6.24 12:28

The Day After

조회 수 644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남매 상봉.jpg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6 · 25 전쟁의 상흔이 훑고 간지 어언 30년. 북한은 차치(且置)하고라도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을 찾아주자.’는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을 한다. 하지만 방송은 엄청난 반응으로 5일간 밤낮으로 이어졌다. 시청률은 78%를 찍었고 500여 명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6월 30일부터 동년 11월 14일까지 138일, 총 453시간 45분 동안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그때 내 나이 20대 중반. 매일 눈물로 날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어쩜 그리 가족마다 사연이 기구한 지? 누나를 만나 “만세!”를 외치던 사나이. 이미 늙어버린 노모를 들쳐 업고 춤을 추며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는 사람. 특히 허씨 남매가 만나는 장면에서 오빠 허현철씨가 “현옥아, 넌 김씨가 아니야, 허씨야! 개도 자기 이름은 아는데, 사람이 어찌 그렇게 살았어?”하며 오열할 때에 온 민족이 전쟁의 비극을 통감하며 함께 울었다. 하지만 The Day After는 침묵한다.

 

 왜 일까? 정론은 아니지만 가족이 헤어져 살았던 30년의 공백이 결코 쉽게 메워지지 않았으리라!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 7월 3일 낮방송 중에 벌어진다. 피난 와중에 부모의 손을 놓쳐 천애 고아가 된 뒤 식모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온 중년 여자가 가족을 찾은 뒤 "왜 나만 버렸느냐?"며 울부짖자 칠순이 넘은 고령의 모친이 충격에 못 이겨 실신한 것이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쥔 채 응급처치를 하고 의무실에서 사람을 부르고, 타 지역 국 연결 중에 잠시 흘렸던 눈물을 미처 닦지 못한 광경 등이 그대로 TV전파를 타고 생중계되었다. 30년의 세월은 그렇게 민족의 가슴에 엄청난 응어리를 안겨놓았던 것이다. 현실에 부딪쳐 벌어져버린 이산가족의 아픔은 만남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만남의 감동이 컸듯이 여운이 들려져야 하는데 The Day After는 소식이 없다.

 

 인생에 있어 결혼식처럼 자신의 생이 빛나는 경우도 드물 성 싶다. 그날은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로 장식을 하고 멋진 턱시도를 걸치고 치장을 한다. 신랑이 입장할 때는 물론이지만 신부가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예식장에 들어설 때면 유명 영화배우가 부럽지 않다. 이 세상에 화려하지 않은 결혼식은 없다. 그런데 The Day After가 문제다. 화려한 결혼식만큼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나는 영화배우 가운데 “강수연”을 참 좋아했다. 처음 어린이 드라마에 등장한 그녀는 청순하면서도 앙증맞은 인상이 매력이었다. 흑백TV시대에 “서울은 내 것이다!”라는 어린이 드라마는 그녀의 매력발산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고교생 일기”(1983년)로 큰 인기를 얻으며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아역 스타로 활동을 전개하던 강수연은 스크린에 진출한다. 1987년 9월 9일 제 44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최초의 수상이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영화계의 쾌거였다. 그때 강수연의 나이 21세였다. 문제는 The Day After이다. 너무 어린나이에 큰 상을 수상한 강수연의 인생은 그리 평탄치를 못했다. 이제 그녀도 50 문턱이다.

 

 교회이야기를 해 보자. 처음 교회의 문을 여는 “개척창립예배”에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지인들과 친척들은 물론이요. 개척을 하는 담임 목사가 이전에 규모가 큰 교회에서 사역을 했다면 자리가 메워질 정도로 성도들이 몰린다. 축하화환이 예배당을 메우고 순서를 맡은 목사님들마다 “용비어천가”를 방불할 정도의 칭찬과 격려가 강물을 이루는 예배가 진행된다. 금세라도 사람들이 몰리며 큰 교회가 될 것만 같다. 기가 오른다. ‘정말 멋지고 귀한 목회를 해보리라!’ 저절로 다짐이 생기는 시간이다. 그러나 The Day After는 그리 녹록치 않다.

 

 그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남보다 지속이, 결혼식보다 결혼생활이 더 중요하다. 개척예배 보다 이후 부흥이 더 중요하다. 인생은 독파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The Day보다 Every Day!


  1.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5175
    Read More
  2.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105
    Read More
  3.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063
    Read More
  4.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5290
    Read More
  5.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5588
    Read More
  6.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5303
    Read More
  7.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5537
    Read More
  8.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5517
    Read More
  9.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5227
    Read More
  10.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5903
    Read More
  11.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5661
    Read More
  12.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5141
    Read More
  13.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5504
    Read More
  14.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6220
    Read More
  15.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6907
    Read More
  16.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6327
    Read More
  17.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7049
    Read More
  18.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6696
    Read More
  19.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7284
    Read More
  20.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67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