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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5 14:57

마음의 빗장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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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많고, 그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 없이 드러내다니?’ 설명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우리”라는 단어는 “울”에서 왔다. ‘울타리’ 할 때에 그 ‘울’이다. ‘울’은 줄어들기도 하지만 늘어나기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와 상황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옛날 세 들어 살던 방이 생각난다. 좁디좁은 방인데 손님이 오면 ‘꾸역꾸역’ 다 들어찼다. 해서 ‘고무줄 방’이라 불렸다.

 

 작년 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88”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향수 때문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이웃이 친근했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누며 살았다. 슬픔을 당한 이웃의 짐을 자연스럽게 나눠지려했고, 기쁜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환호했다. 가난했지만 소박했고 풍성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넉넉했다. 부침개라도 부치면 서로 나눠먹고, 집 앞에 평상은 동네소식을 나누는 기지였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면서 “우리” 개념은 희석되기 시작했다. 1988년 올림픽의 여파가 그리 큰지 몰랐다. 올림픽을 통해 “KOREA”는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세계 오퍼상들이 입국하며 한국 경제는 솟구치기 시작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은 결국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를 확산시키기에 이른다. ‘정’(情)과 ‘우리’를 강조하던 한국사회의 가치관은 빠른 속도로 와해되어 버렸다.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점점 고립된 공간에 익숙해지며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건강하지 못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옆집아이가 수개월 보이지 않아도 이웃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게다가 독거노인이 죽어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후에야 발견되는 삭막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홀로 외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지난해 1,200여명이 넘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별로 놀랍지도 않다. 사람은 ‘관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人間”이란 단어가 이미 삶의 정체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삶은 “관계”이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하고 우수한 아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양육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다 ‘정’(情)과 ‘우리’ 개념으로 이웃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실타래가 얽히듯이 사람에게 실망을 하고나면 ‘사람 만나는 것이 무서워지는 병’을 앓게 된다. 전화벨이 울리면 설레이던 마음은 이제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단계로 악화된다. 그토록 정을 주었건만 돌아온 것은 배신과 상처뿐이다. 그때부터 마음 문에 빗장을 닫아 걸어버린다. 아무하고도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 맞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덮으려고만 하면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힘들지만 새로운 이웃을 만나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착하고 다가가고 싶은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그 직면하는 것이 생각처럼 안 된다. 죽기보다 싫다. 누가 수술대에 오르기를 바랄까? 누가 고통스러운 수술을 즐겨할까? 하지만 수술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환자는 그 과정을 싫어도 거쳐야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힘들지만, 아프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며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 둘러보면 다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인생스토리, 지금 처한 환경을 들어보면 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통해 ‘힐링’을 받게 된다.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만나야 한다. 입을 열어 말해야 한다. 그것이 삶이요. 행복해 지는 유일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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