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56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찬양.png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할 때이다. 성도들이 거의 아파트에 거주하기에 심방을 가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해당 층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리며 환한 성도의 미소와 마주한다. 심방대원들과 들어서서 신발을 벗고 한걸음을 떼는 순간, 아이가 내 걷는 모습을 보며 묻는다. “목사님, 다리가 왜 그래요? 아파요?” 겸연쩍은 표정으로 엄마가 다가서며 말한다. “, 저리가. 그런 것 묻는 것 아니야

 

  그래도 집요하게 따라붙는 아이를 향해 내가 입을 연다. “응 다쳐서 그래” “왜 다쳤어요? 왜 이렇게 걸어요?”하며 다리를 저는 흉내까지 낸다. 그 아이는 목사라고 하니 그래도 다행이다. 어떤 아이는 아저씨, 다리 왜 그래요?”하며 달려든다. “엄마, 이 아저씨 이상하게 걸어순간 아이의 엄마는 사색이 된다. 그때 내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며 예배를 드리려면 모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그것도 이제 막 교회에 등록한 교인일 경우에는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한다. 아이는 아이이다.

 

  청년시절, 성장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 중 · 고등부 교육전도사로 부임을 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나는 스스로 장애에 대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설교를 하면 무의식중에 내 장애를 언급했다. 교사회의 중에 한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도사님, 누가 전도사님에게 장애가 있다고 문제 삼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소신껏 아이들을 지도해 주세요.”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후 좀 더 당당하게 사역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장장로였다. 어느 날, 조용히 나를 부르더니 전도사님, 지금보다 덜 흔들며 걸을 수는 없나요?”라고 했다. 낙심이 찾아왔다.

 

  잠시 머무르리라 생각했던 그 교회에서 5년의 세월을 사역했다.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목사안수까지 받았다. 목사가 되고나면 장년성도들의 심방과 목양하는 일을 맡겨줄 줄 알았다. 교회 운영위원회에서 어떤 용감한 분(?)이재철 목사님이 이제 안수를 받으셨으니 짐을 나눠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때 담임 목사님은 대뜸 이재철 목사님은 다니다가 자주 넘어져서 심방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단다. 나중에 그 말을 전해 듣고 설움이 복받쳤다. 새벽예배에 나가 장애가 있는 다리를 붙들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다.

 

  13회 극동방송성가경연대회 본선에 나갔을 때에 일이다. 1, 2차 예산을 거쳐 3차 결선까지 통과하여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찬양하는 대역사를 허락받은 것이다. 대회 하루 전 리허설이 있었다. 본선에 진출한 13팀이 실전과 같은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무대 중앙에 서려는 순간 담당 PD가 다가왔다. “목사님, 내일 지팡이라도 짚으셔서 지금보다는 조금 덜 불편한 모습으로 걸으실 수 없을까요?” 당황스러웠다. 그때 난감해 하던 PD의 모습을 평생 지우지 못한다. 누구는 기우뚱거리고 싶어 그럴까? 사람들 참 매정하다. 그런 와중에도 당당하게 본선에서 기념될 만한 상을 거머쥔 내가 스스로 대견하다.

 

  장애인은 평생 그 앙금을 안고 살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을 장애인들은 기적처럼 바라고 산다. 사람들의 평판과 말 한마디에 흔들리면 장애인들은 살아갈 용기를 잃게 된다. 잠시 회고했지만 오늘까지 장애인으로 살면서 받은 수난과 불이익은 부지기수다. 오늘 내가 여기 있음은 하나님의 은혜요,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삶의 철학이 나를 지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만 꺾여지지 않는 긍정적이 마인드가 장애인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하나님의 특별한 작품이다.

 

 

 


  1.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6261
    Read More
  2.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6279
    Read More
  3.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6328
    Read More
  4.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6032
    Read More
  5.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6144
    Read More
  6.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6013
    Read More
  7.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6017
    Read More
  8.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6227
    Read More
  9.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6524
    Read More
  10.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6318
    Read More
  11.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6486
    Read More
  12.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6489
    Read More
  13.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6327
    Read More
  1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6960
    Read More
  15.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6823
    Read More
  16.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6212
    Read More
  17.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6555
    Read More
  18.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7273
    Read More
  19.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8025
    Read More
  20.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73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