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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11:06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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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로 감지한다. 봄은 싱그러운 초록의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여름은 강한 햇빛의 영향 때문인지 나른함의 냄새로 다가선다. 가을은 우선 습도가 낮은 공기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나서기만해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가을바람의 애무가 그래서 좋다. 겨울은 차가움과 시원함이 교차하며 다가선다. 시야에는 흰 눈과 시려움이 들어오지만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겨울의 매력이다.

 

 고등학교 시절.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홀로, 혹은 짝을 이뤄 자취를 했다.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자취방에 모여 벼라별 일들을 다 벌였다. 이리저리 뒹굴며 만화를 보는 것부터 무슨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뒹굴며 깔깔대고 그곳에만 가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끓여먹는 라면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냄새가 문제였다. 샤워는 꿈도 못꾸고 살던 시절이라 아이들이 들어서면 참기 힘든 발 냄새가 온방에 가득 찼다. 그 특유의 꼬랑내를 풍기면서도 우리는 모두 건강했다. 그때 나는 홀아비 냄새가 무엇인지 실감했다.

 

 대학원에 다닐 때에 동문수학하던 친구 전도사들과 모처럼 남해 쪽 <부곡하와이>에 간적이 있다. 당시 온천으로 유명한 명소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남자인 우리에게 여탕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마침 남 ·녀 탕을 바꾸어 운영하던 시기였다. 궁금해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녀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일년에 한두번은 탕을 교환하여 사용한다.’는 것이었고 그래야 양탕의 냄새가 중화되어 상쾌하게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엄 2000년에 접어들며 나는 영성훈련에 몰입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훈련생들이 사용하는 남 · 녀 방을 정기적으로 교환하며 사용하는 것을 체험했다. 참 사람의 인체는 신비하다.

 

 존경하는 홍치모 교수님이 영국에서 유학을 할 때였다. 같은 방을 쓰는 백인의 몸에서 하도 노랑내가 나서 참다못해 한마디 했단다. “, 난 네 몸에서 나는 노랑내 때문에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그 친구가 씩 웃으며 하는 말 네 몸에서는 지독한 김치냄새가 나는 걸 내가 참고 있어서로는 쳐다보며 웃었단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냄새가 난다. 성별, 나이, 인종, 문화에 따라 그 냄새는 다양하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인품만큼의 냄새와 향기를 자신도 모르게 풍기며 살고 있다. 향기하면 꽃이지만 본래부터의 향을 지닐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처한 환경에 따라 냄새가 선택되고 창조되고 새로워지는 것 같다.

 

 냄새가 인격을 만든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그 가정의 냄새를 맡고 아이가 자라나고 그 가향(家香)을 풍기게 된다. 학풍을 닮아가고 고향에 배어가며 장성하여 직장과 행동반경에 의해 냄새를 소유한다. 구체적으로 웃는 얼굴, 몸에 밴 유모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의 자세도 일상 맡게 되는 냄새에 의해 조련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어떤 한의사의 말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로 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내 몸을 돌아보면 숨이 드나드는 코로부터 보는 눈, 듣는 귀, , 하체 쪽으로 사람의 몸에는 9개의 구멍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누구나 가까이 다가서면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좋은 냄새일수도 있지만 역한 냄새가 나오기 때문에 누구와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신체적인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과 말투, 행실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더 중요하다. 다른 어떤 냄새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인격의 아우라가 호감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미인 클레오파트라는 특유의 향수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고 한다. 향수, 화장품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소중히 여기는 섬김의 모습의 향기가 모두에게 어필(appeal)되는 강렬한 무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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