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4.24 14:29

어쩌면 오늘일지도

조회 수 258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천.jpg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얘졌다. 워낙 건강하던 친구였고 일주일 전에 통화하면서 농담반 진담반 조심하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청천벽력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왔다. “사모님, 어떻게 해요?” “기도해 주세요. 우리 성도들 오늘부터 밤 9시마다 작정 기도 들어갑니다. 목사님도 함께 기도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아내를 불렀다. 우리 부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울먹였다. “박 목사, 어떻게 하냐?” 그날부터 간절한 마음으로 매어 달렸고 친구 목사는 천만다행으로 소생하여 회복중에 있다.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그 와중에 L.A. 베델교회 손인식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접해야 했다. 평소 존경하고 가까이 지내던 목사님. 모범적인 목회를 하시며 조기 은퇴(65)를 선언하고 탈북자 선교에 온 힘을 기울이시던 목사님, 통곡기도회를 열어 북한선교의 꿈을 구체적으로 펼치시던 분.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 항상 명쾌하고 진취적인 메시지로 성도들은 일깨우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다. 향년 71세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 사위가 필라델피아 출신이어서 평상시 사돈과도 사이가 돈독했기에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한참을 기도했다. 장장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10() 뉴욕 장영춘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같은 교단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떠나신 것이다. 뉴욕퀸즈장로교회를 개척하여 장장 38년을 목양하신 장 목사님은 이민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귀한 목회자였다. 오직 성경, 오직 예수, 목양일념하던 노종은 88세를 일기로 저 세상으로 홀연히 떠나갔다. 교회 목회뿐 아니라, 선교대회, 문서선교를 위한 미주크리스천 신문 창간, 신학교 설립 등 그의 목양의 폭은 굵고 넓었다. L.A. 베델교회, 퀸즈장로교회는 모두 수천명이 모이는 교회이다. 하지만 때가 어려워서인지 얼핏 비춰지는 예배당에는 화환만 즐비하고 가족만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분들의 가시는 길이 너무 쓸쓸해 보여 가슴이 아팠다.

 

  부활절(12)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형제처럼 지내던 장로님이 갑자기 숨을 거두셨다는 전갈이었다. 몇 번인가 외치며 아니 왜요?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되물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사회적거리유지 법령에 따라 장례식도 참석하질 못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지금도 그 우렁차던 기도 소리, 친근하게 대화하던 당찬 목소리가 귀에 쟁쟁한데 말이다. 그의 나이 63. 어떻게 한창나이에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는지? 한숨이 나온다. 진정 삶과 죽음의 거리는 한걸음 뿐인 것 같다.(사무엘상 20:3)

 

  내 나이 22살에 경찰 생활로 다져진 다부진 체력을 가졌던 아버지가 몹쓸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더니 우리 가족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셨다. 겨우 55세에 말이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 큰아버지는 사촌 형님을 보내 아버지를 고향 포천으로 모셔오게 했다. 마지막인 것을 아셨던가? 문설주를 붙잡고 안 가려 버티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내 가슴에 각인되어있다. 요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자의 아픔과 서러움은 견디기 힘든 무게로 짓눌러 댄다.

 

  작자 미상의 시가 생각난다. “어쩌면 오늘일지도”(Perhaps Today) <평생에 세 번 온다는 행운이 오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내게도 첫사랑은 시작되겠지 어쩌면 오늘일지도.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열매를 거두기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보고 싶은 반가운 친구가 찾아오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살아있는 날 동안 최선을 다하며 어쩌면 오늘일지도 모르는 그 날을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

 


  1.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6076
    Read More
  2.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6243
    Read More
  3.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5940
    Read More
  4.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5945
    Read More
  5.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895
    Read More
  6.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822
    Read More
  7.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6137
    Read More
  8.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6343
    Read More
  9.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6082
    Read More
  10.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6388
    Read More
  11.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6251
    Read More
  12.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6114
    Read More
  13.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6573
    Read More
  14.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6545
    Read More
  15.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5926
    Read More
  16.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6308
    Read More
  17.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7062
    Read More
  18.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7878
    Read More
  19.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7194
    Read More
  20.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79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