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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12:10

한국 풍경 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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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_시골.jpg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자갈밭에서 마주치던 그 기운이다. 여전히 서울은 분주하다. 오가는 모든 인파들이 한국 사람이다. 빌딩을 타고 오른 광고판도 다 한글이다. 신기하다. 아니 편하다. 그렇게 서울입성이 이루어지고 지인의 집에 무거운 짐을 푼다. 한국을 자주오고 가면서 서서히 나도 숙식을 염려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처음에는 반가웠겠지만 자주 드나들다보니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그래서 집이 좋은가보다.

7월 14일(화)-17일(금)까지 제주에서 <세계밀알지도자대회>가 개최되었다. 무려 15개국에서 82명의 세계 밀알 사역자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미국에서 주로 모이던 대회를 한국 땅 그것도 환상의 섬 “제주”에서 연다는 것이 모두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함께 장애인들을 사랑하며 그들을 케어하는 사역자들이기에 컨퍼런스는 시간을 갈수록 열기를 더했다. “쉼” “회복” “나눔”이 교차하며 우리는 많은 강의를 듣고 토론을 했다. 멀리 유럽과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사역자들의 열변. 한국과 미국 단장들의 사역보고를 들으며 실로 작은 밀알로 이 땅에 떨어진 장애인선교의 꿈이 세계 곳곳에서 열매를 맺어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같은 장애인사역을 펼치면서도 사역의 마인드와 방향이 다양한지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전도 · 봉사· 계몽 세 가지 목적은 한결같다. 특별히 지난 36년 동안 밀알을 일구어온 밀알 1세보다 우리의 뒤를 이을 젊은 단장들의 실력에 안도감을 갖는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장애인들을 따뜻하게 배려할 줄 아는 심성을 가지고 있다. 간간히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동지가 있음이 든든했고 낮은 곳에 임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음이 감사했다.

‘컨퍼런스’ 중간 간간히 제주를 둘러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20년 만에 찾은 제주는 여전히 매력 덩어리였다. 대학원 졸업여행에서 처음 만났던 제주, 신혼여행을 왔던 제주. 곳곳을 누비며 아내와의 신혼 흔적을 더듬으며 회상에 잠겨보았다. 하지만 20대에 처음 찾았던 제주의 풋풋한 인상은 희석되어 가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대거 땅과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순수한 한국의 삼다도는 그 본연의 이미지는 흐려가고 있는 것이다.

컨퍼런스가 막을 내리고 제주도를 떠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인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공항리무진을 타야만하였다. 올림픽대로를 내달리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이내 서러운 마음이 밀려왔다. ‘내가 살아야할 땅이 이곳인데, 어쩌다 먼 타향 미국에서 살고 있는지…’ 내가 없어도 사람들은 다 잘살고 있다. 한국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것이 얄밉고도 고맙다. 자연스럽게 붙여진 내 다른 이름은 “재미동포”이다. 이번에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며 다니고 있다. 마주앉아 가야하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살핀다. 열심히 스마트 폰을 두드리는 사람, 눈을 감고 있는 사람, 동료와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실로 인간시장이다.

한국에 나오면 꼭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를 만나면 옛날로 다시 돌아간다. 아무리 보아도 사람은 안 변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어쩜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지 신기하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마치 항상 만나왔던 것처럼 친근한 것이 ‘벗’인가 보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아기자기한 거리, 어디를 가나 어린 시절 뛰놀던 뒷동산과 개울이 자리한 곳. 경제적 발전을 반영하듯 세련된 갖가지 색상을 입은 사람들이 보기에 좋다. 그래도 이곳이 내 조국이 아닌가? ‘메르스’를 염려하며 찾은 한국에서 금방 한국의 정서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서서히 익숙해져 감에 안도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내와 고고함으로 중심의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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