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09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극장.jpg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어쩔 줄 모르며 걸어올라 오는 모양이 그렇게 재미질수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공이 열리며 서서히 극장 안에 모든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극장 문을 마주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들어서기도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때가되면 보이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 때는 이해가 안 가던 부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아 지기 시작한다. 미쳐버리고 죽을 것만 같았던 상황이 시간이 흐르며 안개가 걷히듯 풀려가는 것이 인생이다. 왜 내 부모님은 그런 삶을 사셨을까? 왜 누구의 부모처럼 탁월하지도 못하고 내게 ‘금 수저’를 물려주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것이 내게 가장 적합한 최고의 환경”이었음을 깨달으며 인생은 깊어간다. 모든 것이 주어져도 만족은 없으며 내가 평생을 목적으로 달려왔던 그 무엇을 움켜쥐는 순간 또 다른 허탈감에 허덕여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20대 초반. 대학진학도 막히고 몸이 성치 못하기에 취직도 못한 채 하루 놀고 하루 쉬는(일명:백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고교동창생과 다방에 마주 앉았다. 대뜸 “재철아, 다들 네가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라고 물어온다. 전혀 뜻밖에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누가 그래? 생뚱맞게 미국은 무슨 미국?” 학창시절에 워낙 활동적이었던 내가 두문불출하니 누군가에 입에서 장난처럼 새어나온 말이 풍문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졸지에 나는 미국에 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제 생각한다. 그때 그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었어야 한다는 것을. 왜 나는 20대에 미국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그 시절은(1970년대) 특별한 계층이 아니면 외국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때이다. 그때 막 들어온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누가 외국에 간다고 하면 가족은 물론 친척, 지인들까지 공항에 나가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던 때이다. 젊은 세대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할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70년대, 아니 60년대에 미국에 오신 분들을 나는 진정으로 존경한다.

 

 이왕 오려면 20대에 미국을 왔어야 했다. 왜 나는 장애인에 대한 극심한 편견이 난무하는 나라를 벗어날 꿈을 꾸지 못했을까? 보다 큰 포부를 품고 모험을 감행하지 못했을까?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가지는 커다란 아쉬움이다. 가만히 상상을 해 본다. 그때 미국 땅을 밟았다면 새롭고 큰 발걸음을 내디디지 않았을까? 물론 죽도록 고생을 했을지 모르지만 내 삶은 엄청난 역동성을 가지고 지금보다는 완연히 다른 방향으로 지경을 넓혔으리라!

 

 20세기 프랑스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로맹 롤랑>은 “인생이란 15분 늦게 들어간 영화관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결국 인생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놓쳐 버린 15분의 줄거리를 찾기 위해 뭔가에 집착을 한다. 15분의 이야기를 놓친 영화는 보는 내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입만 열면 “왕년에!”를 찾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 화려했던 삶, 소위 잘 나가던 때, 모두에게 추앙받을 뿐 아니라 돈이 몰려오던 때를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인생은 철저히 오늘을 사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은 삶의 윤활유일 뿐이다. 지금 내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이다. 지나간 것은 지난 간대로 가슴에 묻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평생을 환희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미 놓쳐버린 15분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잃어버린 15분도 어렴풋이 자취를 드러내며 인생의 스토리를 완성하게 된다.

 

 내가 20대에 미국에 왔다면 아마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그분의 섭리를 그래서 찬양한다. 인생은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한 보물창고이다.

 


  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7024
    Read More
  2.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7222
    Read More
  3.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7137
    Read More
  4.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6896
    Read More
  5.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6576
    Read More
  6.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6819
    Read More
  7.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7127
    Read More
  8.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7376
    Read More
  9.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7349
    Read More
  10.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7331
    Read More
  11.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7807
    Read More
  12.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7832
    Read More
  13.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7926
    Read More
  14.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7858
    Read More
  15.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8272
    Read More
  16.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8031
    Read More
  17.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8256
    Read More
  18.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8566
    Read More
  19.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8574
    Read More
  20.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880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