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08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큰댁.jpg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늘어가는 것도 신기하다. 금년에 새롭게(?) 만난 대상은 친척들이다. 와서 전화통화만 했지,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만나기는 20여년 만이다. 참 많이도 변했다. 사촌 큰형님은 금년 81세이시다. 정정한 형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로 100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옛날 형님은 23살에 장가를 들어 큰 아들을 낳았고 호칭만 “아저씨, 조카!”였지 우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조카와 20년 만에 마주앉아 나이를 물으니 나와 겨우 두 살 차이였다. 그때는 한참 어린 조카로 생각을 했는데 또래였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공무원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카의 말에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조카들과 고향 뒷산과 앞뜰 개울을 뒤지고 다니던 영상이 아련히 다가왔다.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삼남매가 뭉쳤다. ‘이동’에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고 고향으로 향했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고향으로 향하며 갑자기 차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빠, 저기가 작은댁이 있던 곳이야!” 누나가 외친다. “재철아, 여기부터 누나가 너를 업고 큰댁까지 걸어갔단다. 무거운 너를 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어.” 뒷자리에 앉아 고향을 바라보던 내 눈이 뿌예졌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누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다. 마음을 추수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를 한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고마워.” “얘는 별소리를 다한다. 동생을 내가 왜 부끄러워 해”

 

 옛날에는 걸어서 두 시간이 족히 걸렸던 고향선산에 차로 20분 만에 당도했다. 저만치 보이는 산소를 향해 우리 남매가 손을 흔들었다. 마치 엄마, 아버지가 서있는 듯 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부실한 내 걸음을 부축하느라 누나, 동생은 갖은 애를 써야했다. 드디어 산 중턱에 자리한 부모님 산소 앞에 삼남매가 나란히 서서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모진 세월을 지나 건강하게 가정을 꾸미고 사는 자식들을 엄마,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로 반기는 듯하였다. 무덤에 잔디를 고르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하산을 하며 우리 추억 덩어리인 큰댁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린 시절에는 내 고향 “화현”에는 ‘이씨’ 가문과 ‘류씨’ 가문이 쌍벽을 이루며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나중에는 서로 사돈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고향에는 객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뿐 우리 집안이나 “류씨” 집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 냉난방이 부실한 시골집에 사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기에 어르신들도 고인이 되시거나 모두 떠나가셨다. 그 옛날 고향에 오면 동네어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는데 말이다.

 

 큰댁 커다란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대문 틈 사이로 앞마당을 들여다보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방학을 맞아 큰댁 대문에 들어서면 오른쪽 외양간에 있는 소가 “움메∼”하며 커다란 꼬리를 흔들어 나를 반겼다. 외양간 특유의 냄새가 고향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버선발로 뛰어 나와 안아주시던 큰 엄마. 저만치서 헛기침을 하며 반기시던 큰 아버지.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뜻 모를 현기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넓디넓던 바깥마당은 왜 이리 작아졌는지? 북적대던 친척들은 왜 모두 흩어졌는지? 갑자기 시조한수가 흘러나왔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야은 길재> 미국은 속도가 느려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한국은 왜 그리 흐름을 잘 타는지?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도 변해가는 한국의 모습에 아쉬움이 찾아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변해가는 것들을 통해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 간다. 한편. 추억도, 낭만도, 꿈과 아늑함은 그 속에 파묻혀 간다. 그렇게 떠나가고 또 다른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가며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


  1.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8105
    Read More
  2.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7793
    Read More
  3.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8230
    Read More
  4.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7836
    Read More
  5.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8040
    Read More
  6.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8039
    Read More
  7.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8088
    Read More
  8.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7965
    Read More
  9.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7505
    Read More
  10.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7941
    Read More
  11.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8277
    Read More
  12.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8484
    Read More
  13.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8405
    Read More
  14.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8416
    Read More
  15.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8970
    Read More
  16.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8899
    Read More
  17.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8996
    Read More
  18.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8823
    Read More
  19.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9183
    Read More
  20.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90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