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7.22 16:39

아내 말을 들으면…

조회 수 520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유쾌한 부부.jpg

 

 결혼을 하고 처음부터 아내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남편은 거의 없다. 가부장적 배경 속에 서 성장한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에 대해 급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어디 여자가? 여자가 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해요!”등 흔히 들었던 소리에 세뇌되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자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면 무능해 보이는 듯한느낌이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때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남자들뿐이었다. 진정 여자들은 조신하게 집에 들어앉아있는 존재였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간간히 만났지만 고등학교 때는 양호선생님 외에는 여선생님이 거의 없었다. 해서 요사이 남녀공학을 하는 세대가 부럽기 그지없다.

 

 먼 길을 가면 대개 남편들이 운전대를 잡는다. 남자들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내 앞에서 네비게이션을 조작하는 쪼잔한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충 머릿속에 그려서 출발을 한다. 단번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대업을 완수한 남편의 얼굴을 본적이 있는가? 아주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운다. 지혜로운 아내는 그런 남편을 향해 엄지척을 내어밀며 격려한다. 남편은 마냥 행복하다. 민퉁이 아내는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하차를 한다. 그런 아내를 둔 남편은 그래서 외롭다.

 

 위에 경우처럼 목적한 곳이 순탄히 나와 주면 좋으련만 초행이라서 그런지 헤매이기 시작한다. 그때 남편은 길을 잘못 찾아서 당황하기보다 자존심의 상처를 입기 시작한다. 아내는 곁에서 단순한 조언을 한다. “여보, 차세우고 물어봐요?” 남편은 들은 척도 안한다. ‘길치인 아내의 말이 들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내가 몇 번 다그치는 소리가 당신은 무능해라는 소리로 번역해 들려온다. 아내는 답답하다. 모르면 물어서 가면 될 것을, 왜 땀을 흘리며 시간을 낭비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 남자는 별것 아닌 것에 자존심을 걸고 목숨을 거는 희한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36살 때부터 담임목회를 시작했다. 그때는 자신만만했지만 요사이 후배 목사들을 보면 너무 이른 나이에 목회에 뛰어들었음을 깨닫는다. 부교역자 생활을 제법 큰 교회에서만 했기에 모든 것에 겁이 없었다. 금방 될 줄 알았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목회는 술술풀릴 줄 알았다. 처음 자작 부흥회(나 스스로 강사)를 개최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준비를 했다. 수천 장의 안내장을 돌리고 부흥회를 열던 첫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안모여도 그렇게 안보일까? 맥이 풀릴 정도로 예배 분위기는 허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7시간씩 기도를 하고 틈만 나면 아파트를 누비며 전도지를 돌렸다. 조금씩 좋아지는 교회의 모습을 보이며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그게 속도가 붙질 않았다. 아내의 잔소리는 늘어갔다. 사실 잔소리가 아닌 충언이었지만 아예 귀를 닫았다. 나중에는 아내에게 그럼 당신이 목회를 해!”하며 역정까지 냈다. ‘사모여, 잠잠하라!’는 선배목사님들의 가르침을 철저히 실천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아내의 말이 들어맞아가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존심은 상하지만 서서히 아내를 동역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느낀 것은 아내라는 존재는 참 현명 하구나였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때문에 더불어 살아야 한다. 남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부부가 나이가 들어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남편은 평균 3년을 넘기 못한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여자를 인형이나 의 목적으로 남자에게 주신 것이 아니다. 남자를 돕는 배필”(E-zer)로 여자를 주셨다. 남자는 여자의 도움 없이는 그 인생이 결코 완성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남자 홀로 자기 인생을 완성할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구태여 남자에게 돕는 배필을 따로 지어 주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자의 인생은 오직 여자의 도움 속에서만 결실되는 것이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1.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7026
    Read More
  2.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7224
    Read More
  3.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7140
    Read More
  4.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6898
    Read More
  5.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6582
    Read More
  6.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6823
    Read More
  7.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7130
    Read More
  8.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7379
    Read More
  9.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7353
    Read More
  10.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7336
    Read More
  11.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7812
    Read More
  12.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7836
    Read More
  13.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7929
    Read More
  14.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7861
    Read More
  15.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8275
    Read More
  16.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8035
    Read More
  17.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8259
    Read More
  18.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8568
    Read More
  19.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8577
    Read More
  20.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881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