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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14:45

구름을 품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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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jpg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시할 뿐이었다. 비행 첫 탑승은 그런 아쉬움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창문좌석에서 하늘 길을 나는 행운을 잡았다. ‘와우!’ 순식간에 이륙하여 점점 작아지더니 자그마한 점이 되어버리는 빌딩과 도로, 집들을 내려다보며 성취감보다는 허무감이 먼저 찾아왔다.

 

 이제는 일 년에 몇 번이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창쪽보다는 통로 쪽을 더 애호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경이롭게 바라보는 존재가 구름이다. 고공으로 비행기가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내가 지금 남극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의 향연을 만끽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대로 구름은 물방울의 집합체이지만 그 이상의 느낌을 안겨준다. 구름은 물리적 존재이전에 사람들에게 많은 꿈을 만들어주는 요물이다.

 

 어린 시절 하늘은 나의 친구였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이 내달리던 운동장을 나는 몇 번을 쉬어서야 벗어날 수 있었고, 멀어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루나무를 따라 집으로 향해야했다. 온전하지 못한 다리를 끌고 집에 가는 길은 멀기도 멀었다. 어쩌다 지나가는 차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린다. 그럴때면 나는 슬그머니 길옆에 흐르는 시냇가로 이끌려 내려갔다. 잠시 숨을 돌리려고 걸터앉은 바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얄미우리만큼 파랗게 다가왔다. 파아란 하늘, ‘졸졸소리를 내며 흐르는 시냇물, 시끄럽게 합창하는 매미들, 다양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가로지르는 새들, 이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어 가슴에 스며들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어울림은 왠지 모를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파아란 풀밭에 누워 언제고 하늘을 바라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청아한 풀냄새, 전에 듣지 못했던 풀벌레 소리가 현기증을 일으켰다. 대학시절 누군가와 풀밭에 누워 끝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 잡은 손끝의 묘한 감각 때문에 하늘이 저만치 몽롱하게 다가오며 구름이 춤을 추웠다. 다양한 모양으로 번져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젊은 가슴은 그렇게 통통뛰고 있었다. 그때 구름은 마치 새가 월계수를 입에 물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늘과 구름. 어찌 보면 잘 어울리는 부부의 모습 같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두려움을 준다. 흐린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화창한 날이 좋을까?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좋아보여도 그런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부부도 그렇지 않을까? 신혼처럼 평생을 가는 것은 너무 무미건조할 것만 같다. 그런 부부는 있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지지고 볶아도 갈등(구름)과 즐거움(맑은 날)이 번갈아 나타나며 삶은 엮어져 가는 것 아닐까?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생겨난다. 중학교 때 만난 박두진의 시 하늘을 틈만 나면 읇어댔던 기억이 있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여름은 구름의 계절이다.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만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움, 방학, 소나기, 여행, 욕망. 구름은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켜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구름은 자유롭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휩쓸려 가지만 때로는 아주 여유롭게 하늘을 캔버스 삼아 온갖 그림을 그려낸다.

 

 무더운 여름, 하늘을 보자. 하늘을 수놓는 구름의 재롱에 잠시 더위를 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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