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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jpg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이 된다.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여행을 하지?’ 하지만 그녀는 직접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유 없는 다리 저림 증상과 마비로 시작된 병은 원인 불명의 척수염이었다. 그 후 3년 만에 바이러스성 척수염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렇게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면서 서윤은 어떻게 사는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나와 다른 사람으로 대하는 시선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당당해지자고 생각했다. 사람은 모두 다른데 그저 나는 그 다름이 잘 보이는 사람일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유럽과 휠체어를 탄 여성 여행가는 낯선 모습이니까. 여러 불편을 참고 감수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세계로 발을 내딛고 나니,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왜 장애인들이 여행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누구나 무슨 일이든 하려면 이동해야 하고, 여행은 수많은 종류의 이동이 합해진 행위라고 생각하면 장애인이라고 해서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성립이 안된다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건 장애인이건, 아니건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모두 움직이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멀쩡하던 몸이 문제가 생기고 결국 휠체어를 타야만 생활할 수 있는 지경에 처했을 때에 소연은 낙심하지 않고 여행으로 탈출구를 삼았다. 어려운 수술과 힘겨운 재활, 그리고 긴 터널 같던 실의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직업과 일상 그리고 행복을 되찾은 것이다. 한숨을 돌리고 뒤돌아보니 아직 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척수장애는 주로 신체의 팔이나 몸통 혹은 다리에 완전 혹은 부분마비를 초래한다. 그런 장애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벽을 넘어 여행가로 자리를 잡았다.

 

  2013년에는 1041의 경쟁을 뚫고 KBS 장애인 앵커 공채에 합격했다. 12시 생활 뉴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그 자리를 내려놓아야만 하였다. 서윤 씨는 2년간의 장애인 앵커를 끝내고 취업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인터넷 망이 발달되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 여행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러다 문득 혼자서도 갈 수 있을까?’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 달간 유럽 7개국 25개 도시를 누볐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았을 때의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 나 홀로 휠체어를 타고 트렁크를 밀고 다녀온 여행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장기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함일 뿐이지 비정상은 아니다라는 은사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다.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처럼, TV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우연히 스쳐지나갔던 사람처럼, 저도 남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인거예요. 그냥 조금 불편한 거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저희 은사님의 말씀이 힘이 되었으면 해요.”

 

  그렇다. 장애는 다를 뿐이다. 결코 틀렸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양이 다르고 사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휠체어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홍서윤 양은 그래서 더 멋져 보이고 존경스럽기까지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가 너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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