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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부부.jpg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요.” 다들 놀라 쳐다보는데도 옆에 있는 남자에게 짜증을 내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주문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부부 같았다. 하도 기가 막혀 내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봐요? 저 아저씨가 웃네.” 말로만 듣던 쇼윈도우 부부를 직접 대면한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남남처럼 생활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친한 척 하지 말라.”고 할 필요까지 있을까? 붉으락푸르락 당황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요새 아낙네들 정말 쎄다. 행복한 결혼의 조건으로 단연 사랑을 꼽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놓고 애정표현을 못하셨다. 남사스러워서 그랬는지? 시대적 배경이 그래서인지? 길을 나설 때도 두 분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트를 무한 발사하는 것으로부터 길거리에서 연인이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하는 것은 이제 전혀 흠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안하는 커플이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남녀가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젊은 날 처음 만나 뜨겁게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고작 2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일까? 결혼 생활이 깊어지면 서로가 데면데면 살아가게 되는가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지만 말이다.

 

  부부사이는 리듬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목사 부부는 월요일이면 부부가 드라이브를 한다. 전혀 낯선 곳을 찾아 커피도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참 멋지다. 신혼 때부터 그 리듬을 유지하며 서로의 가슴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없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하고 아내를 배려하지 않다보면 잔잔히 쌓인 불만이 담을 만들고 중년에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만 찾을 때는 귀찮기도 하지만 삶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장성하면 남편과 자식에 헌신한 세월이 되뇌어지며 허무감이 몰려온다.

 

  남편은 변한 아내가 답답하다. 그럴 때에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쇼윈도우 부부로 돌변해 간다. 쇼윈도우 부부란 전혀 애정이 없고 실제 부부관계가 깨어진지 오래지만 그 불행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 잘 사는 척 다정한 체 사는 부부를 말한다.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공식 석상에선 잉꼬부부처럼 행동하는 부부이다. 연예인과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 들의 이혼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빈번하게 언급되는 용어이기도 하죠.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정 내 이혼이란 말로 이 현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말을 안 해 그렇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비단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도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것은 이민가정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상담 요청이 들어와 만나게 되는 부부들이 있다. 자녀양육 문제나 경제적 이유, 체면 등 갖가지 이유로 한집에 살고 있을 뿐,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는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는 쇼윈도 부부로 산다는 건 24시간 군복을 입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의 결혼을 위해, 체면 때문에 외출할 때 외에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부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숨기기보다 갈등을 직시할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쇼윈도우 부부에서 아스라이 잡히는 신혼을 회복하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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