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7.12 11:14

밤나무 & 감나무

조회 수 325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열매.jpg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밤만 잘 열리게 하면 된다. 감나무는 달고 탐스러운 감을 맺으면 된다. 그런데 만약 밤나무를 향하여 왜 감이 안 달리느냐?”고 한다든지, 감나무에게 왜 밤을 맺지 못하느냐?”고 하면 어떻게 될까? 나무가 난감해하는 것은 물론이요, 쳐다보는 주인도 실망을 계속할 뿐이다. 부부가 그렇다. 부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간혹 취향도, 성장배경도, 성격도 유사하여 잘 맞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부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 연()을 맺는다.

 

  다른 것을 서로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평생을 힘들어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부부들이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채근(採根)한다. 사람은 안 변한다. 나이, 경력, 능력이 쌓이고 세월이 흐른다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다. 세월의 연륜처럼 사람이 성숙하고 변한다면 아마 이 땅에는 성자들로 가득할 것이다. 소위 철이 나는 것은 삶의 굴곡에서 깨달으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음먹은대로 인생이 풀려갈 줄 알았는데 막다른 골목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순간, 사람은 한계를 느끼며 변해 간다. 따라서 남편(아내)를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지 않는 한 가정의 평안은 없다.

 

  한국에서 유력하게 가정사역을 펼치는 분이 송길원 목사이다. 직접 만나기도 한 목사님의 고백을 들어보자!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 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제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style)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버려, 맹물 부어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내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역정을 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다가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 놓은 것 아니냐?”>

 

  그러면서 송 목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아내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돕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그 글을 대하며 떠오른 것이 밤나무, 감나무였다. 이미 서로 다른 성향인데, 달라도 너무 다른데. 상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밤을 탐스럽게 맺었으면 칭찬해주고, 주렁주렁 감이 열렸으면 그 모습을 사랑해야 한다. “왜 나 같은 열매는 없느냐?”고 달려들면 부부간에 골은 깊어만 간다. 결국 결혼생활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 무엇을 포기하느냐?”인 것 같다.

 

  억지로나 애를 쓰며 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해 주는 것을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가 밤나무(감나무)임을 받아들이며 밤에게 감을 주고, 감에게는 밤을 안겨주는 가슴이 넓은 배우자를 부부는 고대하며 살고 있다. 다들 행복하세요!

 

 

 

 


  1.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7675
    Read More
  2.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8175
    Read More
  3.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7684
    Read More
  4.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7961
    Read More
  5.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7960
    Read More
  6.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7987
    Read More
  7.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7870
    Read More
  8.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7412
    Read More
  9.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7873
    Read More
  10.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8182
    Read More
  11.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8421
    Read More
  12.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8356
    Read More
  13.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8371
    Read More
  14.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8921
    Read More
  15.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8877
    Read More
  16.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8961
    Read More
  17.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8780
    Read More
  18.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9152
    Read More
  19.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8987
    Read More
  20.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18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