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8.28 10:07

인생은 집 짓는 것

조회 수 197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집짓기.jpg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곳이라야 안정감을 느낀다. 만약 한국에 내가 편안히 거주하며 출입이 자유로운 공간이 있다면 느낌은 달라질 것이다. 영주권을 받아 오랜만에 찾아간 한국은 얼마나 행복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가는 횟수가 늘어나며 숙식이 부담스러웠고 이동 수단도 미국처럼 자유롭지 못하기에 피곤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생각해 낸 것은 인생도 결국 집을 짓는 것임을 떠올리게 되었다.

 

  집을 지으려면 먼저는 터를 장만하고 그 터에 알맞은 설계도가 필요하다. 이어 그 설계에 맞는 소재들을 찾아서 각 영역 기술자들을 영입하며 하나하나 건축을 해 나가야 한다. 내집이든 세를 들어 살든 한 채의 집이 지어지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 노고가 필요하다. 언젠가 밤나무 껍질로 지어진 집에 사는 할머니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릴 때 타고 놀던 밤나무 껍질로 지붕을 엮어 살아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밤나무처럼 벌레가 많이 끼는 나무도 드물다. 알밤의 달콤함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날, 비바람을 이겨내고 온갖 해충들의 침입을 견뎌내어 영근 인내의 열매이다. 그렇게 소중한 알밤이기에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가시껍데기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리라!

 

  인생이 집을 짓는 것이라면 그 집을 짓는 사람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첫째, 집터도 구해 놓지 않고서 이쁜 집을 짓겠다고 설계부터 하는 부류이다. 두 번째 부류는 남의 집터에 설계도도 없이 되는대로 그때그때 자기 생각대로, 때로는 남의 말들을 들어가면서 대충 집을 짓는 사람이다. 세번째 부류는 먼저 자기가 짓고 싶은 집의 용도, 크기, 모양 등을 알고 그 집터를 구해서 거기에 알맞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를 그리고 그것을 기초로 수없이 변경을 하면서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집을 짓고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이다.

 

  새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집을 구하기에 애쓰는 모습을 본다. 그런데 새들 중에 자신의 집(둥지)을 만들지 못하고 딱따구리가 나무 중간에 파놓은 안락한 곳을 노리는 요상한 부류가 있다. 몇달동안 부리로 쪼아 만든 그 공간을 틈만 나면 공략하여 무단점거를 하는 것이다. 집을 빼앗기고 허둥대는 딱따구리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남이 다 지어놓은 집을 내 집인양 차지하고 앉아 새끼를 낳는 새의 모습에서 인간의 군상을 엿본다. 땀을 흘려 애써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여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편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며 약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인간들이 세상에는 많기도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어떤 집에 사느냐보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이냐?’가 더 비중이 크다. 인생이라는 집보다 사는 주체가 더 소중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채 그냥 산다. 대충 남이 하는대로 하면서 산다. 남의 집터에 자기 집을 짓는 격이다. 인생의 주제도 없다. 자기가 이 땅에 왜 왔는지를 모른다. 그냥 잘 먹고 잘 자면 잘 사는 줄 안다. 남들이 나를 알아주면 그게 자기를 아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물론 잘먹고 안락하게 살면 육신은 편안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것으로 안된다.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영혼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육신 안에 있지만 지배를 받지도 않는다.

 

  다들 열심히는 산다. 그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보면 사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다. 자기 성장 계획서 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설계도가 있다고 해도 남의 것을 가져다가 짓고 있다. 소재도 바꾸지 않고 주위는 둘러보지도 않고 자기 것이 제일인 양 착각하며 살아왔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좋은 자재들이 쏟아지는데 말이다. 인생은 집을 짓는 것이다. 지금 그 집이 COVID-19로 흔들리고 있다. 마음을 지켜야 한다. 이겨내야만 한다. 잘 짓고 잘 살아야 한다

 


  1. 눈물의 신비

    인체에서는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물은 신비자체이다. 슬퍼서 울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감동을 받거나 웃을때에도 눈물은 나온다. 우리 세대의 남자들은 눈물 흘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오죽하면 공중화장실 남성 소변기 벽에...
    Views8082
    Read More
  2. 당신도 제주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rd...
    Views7761
    Read More
  3.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8217
    Read More
  4. 하숙집 풍경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던가? 내가 고교시절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꽤 많았다. 집안 형편이 좋은 아이는 하숙을 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취를 했다. 하숙집에는 많은 학생들이...
    Views7743
    Read More
  5. 철든 인생

    이야기를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일어선다. “많이 바쁘세요?” “손자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되어 픽업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부럽기도하고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인생의 모습을 본다.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들...
    Views8021
    Read More
  6. 남편과 아내는 무엇이 다른가?

    성인이 된 남녀는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다. 나이도 그렇고 상황에 다다르면 결단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슴만 뜨거울 뿐 아무런 지식도 없이 부부의 연을 이어간다. 세상의 법칙은 자격증이 있어야 따라오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운전도 면허증...
    Views8008
    Read More
  7. 행복과 소유

    소낙비가 한참을 쏟아지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떠올랐다. 조금 후 그 위로 또 하나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쌍무지개였다. 일곱 색깔 영롱한 무지개를 보며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순간이다. 머물고 싶어도 오랜시간 지체할 수 없는 현재의 연속이...
    Views8050
    Read More
  8. 불굴의 비너스

    간사 채용 공고를 내고 몇몇 대상자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모교회에서 사역하는 분과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며 내심 놀랐다. 그는 절단 장애인이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장애인끼리 통하는 기류를 느꼈다...
    Views7945
    Read More
  9. 서른 아홉

    요사이 흠뻑 빠져 몰입하는 드라마가 있다. <<서른. 아홉>>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자연스럽고도 정감어린 연기와 우정에 흥미를 더해간다. 언뜻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에 만나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여친들의 이야기 같지만 노련한 유영아 작가는 심오한...
    Views7477
    Read More
  10. 부부 행복하십니까?

    부부는 참 묘하다. 행복한듯하면서도 그냥 그렇고, 서로 냉정한 것 같으면서도 사무치게 챙기고 마음에 두는 사이니까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가정에 들어가보지 않고는 부부사이를 알수가 없다. 겉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같은데 정작 둘의 관계는 그렇지 못...
    Views7924
    Read More
  11.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
    Views8244
    Read More
  12. 그렇게 父女는 떠났다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
    Views8471
    Read More
  13.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8395
    Read More
  14. Home, Sweet Home

    사람들은 집값이 치솟았다고 낙담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젊어서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근검절약하여 집을 장만하려 애를 쓴다. 거의 다가갔나 했더니 집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사람들을 좌절케 만든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
    Views8412
    Read More
  15. 쪽 팔리게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
    Views8958
    Read More
  16. 장애아의 자그마한 걸음마

    누구나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오가며 만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다가 임신 소식을 듣는 순간 신기함과 감격이 밀려온다. 출산을 준비하고 막상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안고 나왔을 ...
    Views8897
    Read More
  17.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8991
    Read More
  18.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8817
    Read More
  19.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9175
    Read More
  20.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90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