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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8 09:24

버거운 이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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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리움을 달랬다. 마치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허전함이 가슴속 깊이 밀고 들어왔다. 대학시절 함께 동거동락하던 친구가 갑자기 한강변으로 나를 불러냈다. 유람선 승선권을 손에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람선 갑판에서 친구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이번 금요일 L.A.로 이민을 간다그렇게 내 곁에 사람들이 미국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내가 미국에 살고 있다. 미국에 오면 아는 사람이 전혀 없을 줄 알았다. 신세계가 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다리 걸러야 아는 사이가 미국에 오니 반다리이다. 일단 미국에 오면 학력과 경력이 사라진다. 한 장애아동 학부모는 한국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이민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새 18. 나도 이젠 명실공히 필라 사람이다. 가끔 모임이 있어 뉴욕에 올라가 맨하탄을 달리면 신기하기 이를데 없다. ‘, 내가 타임스퀘어 앞을 지나고 있네

 

  화려해 보이던 미국, 스크린에 투영되던 환상의 나라. 하지만 들어가보면 이민자들은 처절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 한 자매가 있다. LA 다운타운 자바시장 샌티 골목에 자리잡은 노점이 그의 일터이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에 결혼하여 LA로 이민을 온 때는 1974. 남편이 경영하는 식품점이 잘되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애들 옷까지 손수 지어 입히는 알뜰함을 얹어 집을 장만했다. 숨돌릴 사이 없이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의 처지가 너무 딱해 업종을 바꾸어 샌드위치 가게로 바꾸었건만 다 실패로 돌아갔다.

 

  성질이 불같은 남편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폭음을 일삼았고 결국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린다. 남편은 적자가 쌓여가던 샌드위치 가게를 접고 리커스토어를 물색하여 문을 열게 된다. 19881. 남편은 차 안에서 쓰러졌다. 중풍. 병원에 누워있는 남편과 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을 앞에 두고 막막해 할 겨를도 없이 구두 가게 점원으로 나섰다. 얼마 후에는 언니들의 도움으로 다운타운의 자바시장 샌티 골목 노점을 구하기에 이른다. 새벽에 눈뜨면 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를 드리고 집에 돌아와 누워있는 반신불수의 남편 대소변 받아내고 야채 쥬스 짜서 떠먹이고 노점상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어느 날, 가게로 대학 동창이 찾아왔다. 건물 안도 아닌, 길가에 세워진 바퀴 달린 노점과 노점 아줌마인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이 글썽하여 물었다. “넌 처량하다는 생각도 안 드니? 억울하지도 않니?” 그녀는 미소로 대답했다. “너 페니 한 푼 없이 다섯 식구의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캄캄한 절벽 앞에 서보았니? 빈손에 배고픈 걸 겪어본 적 있니? 나는 그 벼랑에 서보았어. 이 작은 노점도 내겐 분에 넘쳐.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고 있는 거야."

 

  땡볕에 기진하기도 했고, 골목 가득한 먼지바람을 온종일 뒤집어쓰기도 하고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좌판을 지키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서기만 하면 새로 시작할 힘을 얻는다. 그녀뿐이랴? 표현을 안할 뿐이지. 머나먼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외롭고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이다. 실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도 한걸음을 내디디면 저만치 희미하게 새길이 보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곳에 시선을 빼앗기면 안된다.

 

  조심스럽지만 오늘 만나야 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내 할 일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 여기에 내가 있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힘을 내자. 고지가 저만치 보인다. 처절하지만 여유있게. 그 누구에게도 비굴해 보이지 않게 당당하고 씩씩하게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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