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2.22 22:21

깡통차기

조회 수 502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골길.jpg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못차서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던지? 아니면 지나가는 버스나 트럭이 납작하게 뭉개놓기까지는 차고 또 차댔다.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도 비틀거리며 깡통을 차대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로지 깡통에 몰두하며 차다보면 걷는 지루함도 잊을 수 있었고 은근히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지는 듯하였다. 열심히 차대는 과정 속에서 결코 깡통은 깡통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간혹 깡통을 찬다는 것이 돌부리를 걷어차서 한참이나 발을 붙들고 신음소리를 내야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만한 놀이가 없었다. 깡통은 나름대로 씀씀이가 다양했다.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 담아오기도 하고 보름날 깡통에 송송구멍을 뚫어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여 돌리면 천하를 다 가진듯한 쾌감이 있었다. 저만치 돌려대는 승수의 불 깡통과 내 것이 조화를 이루며 추운 겨울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불놀이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동리 어른들이 쌓아놓은 거대한 집단에 불이 붙으며 장관은 연출되었다.

 

 

 나는 약간 외골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먼 거리를 초지일관 깡통을 차댄 것을 보면 무언가에 꽂히면 무섭게 직진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면 끝까지 하고 안하려면 처음부터 시작을 말고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은 느슨해 지는듯하지만 아직도 그 근성은 남아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시작은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헐렁해지고 책임감 없이 유야무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깡통을 차다가 금방 그만두는 타입이랄까? 처음과 끝이 일관된 사람을 찾는 일은 힘든 것 같다.

 

 

 이민사회를 들여다보면 모임이 참 많다. 학교 동문 모임, 그 유명한 해병대로부터 3군 모임, 향우회 모임, 같은 업종 모임 등. 외로운 타국에서 친목하며 교제하는 그룹들이 많다. 나도 그 모임 가운데 고문이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술을 돌리고 사담을 하다 헤어지는 모임은 나중에 시들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고문을 맡고 있는 모임은 비록 소수가 모이지만 예배를 드리고, 현안을 의논하고 회비를 모아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바람직한 일들을 추구하며 30년의 세월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시작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일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을 바람직하게 잡고 회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때에 그 모임은 역동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모임을 결성하고도 적극성을 띠지 못하는 회원들로 인해 얼마 못가서 사라져간 모임이 이민사회에 수두룩하다. 안타깝다. 결국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람인데 말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책임감과도 직결된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오늘날의 병폐이다.

 

 

 일단 눈에 들어온 깡통을 놓치지 않고 차고 또 차서 마지막 집 앞 쓰레기통에 집어넣듯이 일단 시작을 하고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진행하는 끈기가 아쉬운 세상이 되었다. 나도 이래저래 몸담은 모임이 많다. 모임을 이어가다보면 돌발행동을 하는 팀원에게 저으기 실망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 휘둘리다보면 모임은 이어질 수가 없다. 항상 다른 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깡통얘기를 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글이 흐르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의 한 가지 행동이 전인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되는 듯하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도 말이다. 이왕 차기 시작한 깡통을 집까지 몰고 가는 일념으로 오늘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작은 성의가 필요하다.

  인생은 직진 아닐까?

 


  1.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8602
    Read More
  2.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9075
    Read More
  3.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8995
    Read More
  4.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9488
    Read More
  5.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9821
    Read More
  6.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9466
    Read More
  7.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9918
    Read More
  8.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0205
    Read More
  9.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9682
    Read More
  10.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0656
    Read More
  11.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0158
    Read More
  12.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0010
    Read More
  13.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0521
    Read More
  14.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1299
    Read More
  15.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0764
    Read More
  16. 남 · 녀는 뇌가 다르다

    태어나면 성별(Gender)을 구분 짓는다. 성장하며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남자아이들은 도전과 모험에 사로잡혀 산다. 반면 여아들은 안정과 가꿈에 집착한다. 현저한 차이는 언어영역이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탁월한 언어습득 능력을 발휘한다. 남자는...
    Views11677
    Read More
  17.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1665
    Read More
  18.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1744
    Read More
  19.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2489
    Read More
  20.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19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