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5.09 19:31

장모님을 보내며

조회 수 324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례.jpg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는 내가 없으면 의미가 축소되는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위도 자식인데, 그것도 맏사위인 내가 멈칫거릴 틈이 없었다. 부랴부랴 표를 예약하여 새벽 비행기에 올랐다. 긴장이 풀리며 10시간을 곯아 떨어져 버렸다.

 

 금요일(3) 새벽녘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기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53일입니다. 잠시 후 비행기는 ” “, 오늘이 내 생일이네!” 그렇게 금년 생일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며 맞이하고 사라졌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동서들과 처제들이 놀라는 눈으로 나를 맞이해 준다. 국화로 단장된 영정 앞에 서서 머리를 조아렸다. 목사인 사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사랑해 주시던 장모님이 유명을 달리한 채 사진 속에서 웃고 계셨다. “어머니~” 금새 흐느끼듯 눈물이 솟구쳤다. 내가 올 때면 너무도 반가워하며 달려 나오시던 장모님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장모님과 나는 34년 전에 처음 만났다. 당시 50대였던 어머니는 멋쟁이요, 미인이셨다. 항상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장애를 가졌기에 아내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시간은 움추러 들 수밖에 없었다. 7 남매에 맏인 아내를 두 분은 몹시도 자랑스러워하셨다. 훤칠한 키에 예쁘디 예쁜 딸이 결혼하겠다고 통보해 왔을때에 너무도 좋아하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대가 장애인 이라는 사실에 당황하셨다. 며칠 후 장인은 아내를 불러 앉혔다. “우리가 이 결혼을 반대하면 그 전도사님이 실족하겠지?”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성사된 상견례였다. 경직된 표정으로 만난 그 자리에서 장모님은 호감도 100%로 결혼을 승낙해 주셨다. 그것이 두 분, 아니 장모님에 대해 고마워하는 커다란 이유이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들른 처가에서 장모님은 그 지방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내 놓는다는 홍어를 상에 올렸다. 자신만만하게 입에 넣었던 삮힌 홍어의 자극적인 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장모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 2005. 장인, 장모님이 미국에 처음 방문해 주셨다. 목회의 어려움이 올 때마다 곁에서 기도하시며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분들. 미국에 꼭 한번 모시고 미국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 작은 소망이 이루어 진 것이다. 장인, 장모님이 오시기 전날, 아내는 내 귀에 속삭였다. “내일 우리 엄마 온다!” 그날 밤 아내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렸다.

 

 아내, 아이들, 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두 분과 함께했다. 꿈같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공항으로 가는 길, 이제는 두 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차안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짐을 부치고, 두 분이 검색대를 향해 들어가신다. 저만치 두 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두 손을 흔들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을 빠져 나오며 뭔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차가 출발하고 우리 가족은 창밖을 응시한 채 흐느끼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 드리지만 언젠가는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오고야 말겠지?’ 그런데 세월이 흘러 실로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16녀와 연관된 조문객들은 줄을 이어 들어오고 힘들었지만 장모님을 새기며 장례는 순탄하고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온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염과 입관은 실로 잔인한 시간이었다. 화장터에서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니 한줌의 재가 되어 인계되었다. 그렇게 장모님은 주님의 품에 안겼다. 장모님을 그리며 글을 쓰고 있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은 살을 에이 듯 아픈 시간이다.


  1.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234
    Read More
  2.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9689
    Read More
  3.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9753
    Read More
  4.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9989
    Read More
  5.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9838
    Read More
  6.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0400
    Read More
  7.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0151
    Read More
  8.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0484
    Read More
  9.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0985
    Read More
  10.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0609
    Read More
  11.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1083
    Read More
  12.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1354
    Read More
  13.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0856
    Read More
  14.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1767
    Read More
  15.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1285
    Read More
  16.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1209
    Read More
  17.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1662
    Read More
  18.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2339
    Read More
  19.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1959
    Read More
  20. 남 · 녀는 뇌가 다르다

    태어나면 성별(Gender)을 구분 짓는다. 성장하며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남자아이들은 도전과 모험에 사로잡혀 산다. 반면 여아들은 안정과 가꿈에 집착한다. 현저한 차이는 언어영역이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탁월한 언어습득 능력을 발휘한다. 남자는...
    Views1279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