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7.12 11:14

밤나무 & 감나무

조회 수 327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열매.jpg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밤만 잘 열리게 하면 된다. 감나무는 달고 탐스러운 감을 맺으면 된다. 그런데 만약 밤나무를 향하여 왜 감이 안 달리느냐?”고 한다든지, 감나무에게 왜 밤을 맺지 못하느냐?”고 하면 어떻게 될까? 나무가 난감해하는 것은 물론이요, 쳐다보는 주인도 실망을 계속할 뿐이다. 부부가 그렇다. 부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간혹 취향도, 성장배경도, 성격도 유사하여 잘 맞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부부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 연()을 맺는다.

 

  다른 것을 서로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평생을 힘들어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부부들이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채근(採根)한다. 사람은 안 변한다. 나이, 경력, 능력이 쌓이고 세월이 흐른다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다. 세월의 연륜처럼 사람이 성숙하고 변한다면 아마 이 땅에는 성자들로 가득할 것이다. 소위 철이 나는 것은 삶의 굴곡에서 깨달으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음먹은대로 인생이 풀려갈 줄 알았는데 막다른 골목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순간, 사람은 한계를 느끼며 변해 간다. 따라서 남편(아내)를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지 않는 한 가정의 평안은 없다.

 

  한국에서 유력하게 가정사역을 펼치는 분이 송길원 목사이다. 직접 만나기도 한 목사님의 고백을 들어보자!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 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제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style)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버려, 맹물 부어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내를 향해 언성을 높이며 역정을 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다가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 놓은 것 아니냐?”>

 

  그러면서 송 목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아내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돕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그 글을 대하며 떠오른 것이 밤나무, 감나무였다. 이미 서로 다른 성향인데, 달라도 너무 다른데. 상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밤을 탐스럽게 맺었으면 칭찬해주고, 주렁주렁 감이 열렸으면 그 모습을 사랑해야 한다. “왜 나 같은 열매는 없느냐?”고 달려들면 부부간에 골은 깊어만 간다. 결국 결혼생활은 무엇을 추구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 무엇을 포기하느냐?”인 것 같다.

 

  억지로나 애를 쓰며 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해 주는 것을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가 밤나무(감나무)임을 받아들이며 밤에게 감을 주고, 감에게는 밤을 안겨주는 가슴이 넓은 배우자를 부부는 고대하며 살고 있다. 다들 행복하세요!

 

 

 

 


  1.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270
    Read More
  2.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9720
    Read More
  3.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9773
    Read More
  4.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0018
    Read More
  5.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9900
    Read More
  6.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0478
    Read More
  7.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0210
    Read More
  8.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0521
    Read More
  9.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1043
    Read More
  10.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0645
    Read More
  11.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1127
    Read More
  12.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1386
    Read More
  13.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0882
    Read More
  14.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1801
    Read More
  15.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1298
    Read More
  16.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1216
    Read More
  17.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1676
    Read More
  18.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2345
    Read More
  19.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1966
    Read More
  20. 남 · 녀는 뇌가 다르다

    태어나면 성별(Gender)을 구분 짓는다. 성장하며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남자아이들은 도전과 모험에 사로잡혀 산다. 반면 여아들은 안정과 가꿈에 집착한다. 현저한 차이는 언어영역이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탁월한 언어습득 능력을 발휘한다. 남자는...
    Views1283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