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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jpg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쩌다 한밤중에 잠이 깨어 들려오는 귀뚜라미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어떤 존재와도 대화를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소리가 또렷이 파고든다.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생각은 창조를 낳기 때문이다.

 

 푸르디 푸르던 나뭇잎이 색깔을 달리하며 바람결에 나뒹군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저만치 멀어져가는 낙엽을 지켜보는 나무의 자태가 서러워 보인다.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 중에 고독을 안 느끼고 간 사람은 없다. “고독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달랠수록 고독은 농도를 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독을 즐기는 단계에 접어든다. 그 승화된 접점에서 예술이 나온다. ‘명곡, 명화, 명연주는 사실 고독을 타고 넘은 고도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깊은 고뇌 속에서 바위를 뚫고 터지는 석수처럼 명작이 창출되는 것이다.

 

 고독에 휩싸여 죽어가는 영혼이 있는가하면 그 고독을 새로운 꿈으로 분출시키는 사람이 있다. ? ‘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꿈을 안고 달려가는 진정한 청춘을 만난다. ‘, 저 나이에도 저런 도전을 하는구나!’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생체 리듬이 시들지 않으며 뇌는 순간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결국 인생이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 사람이 어떤 노래를 즐겨듣는가?’로 마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면 나는 소위 아이돌그룹의 노래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직도 젊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어떤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노래를 들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얼마 전 자이언티’(Zion.T)양화대교를 듣다가 눈물이 나왔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로 시작되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직 20대인 뮤지션이 어떻게 그런 곡을 써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 음율 시인처럼 잔잔히 내뱉는 그의 노래는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하다.

 

 나는 남자형제가 없다. 그래서 형이 있는 재관이가 그렇게 부러웠다. 추운 겨울 양지바른 마당에서 함께 자치기, 비석치기를 하다가 우리 들어간다.”하고는 집으로 향하는 형제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러면 나는 홀로 남아 대문까지 흘러나오는 그 형제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땅에 무언가를 자꾸만 그려댔다. 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은 얄미우리만큼 내 얼굴을 비춰댔다. 고개를 떨구고 방에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읽던 책이 내게 위로를 주었다. 책이 나의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어갔다.

 

 젊은 날에 만난 고독은 견디기 힘든 상대이다. 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알토랑 같은 아이들과 어울리면 고독은 해소가 될까? 아니다. 나는 목회자이다. 목회를 하며 겪어야 하는 고독은 견디기 힘든 여정이다. 평생 고독과 더불어 살아가야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영성이 맑은 아가는 태어나면서 울음보를 터뜨리는가 보다. 고독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깨닫게 한다. 따라서 포기해야 할 것도 무엇인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다시는 안 만날 것 같이 헤어진 사람을 어느 날 삶의 길목에서 마주친다. 그것도 운명적인 장소에서. 인생은 만남헤어짐이 교차하며 이어져 가고 있다. 질긴 만남의 인연은 사람의 영역 밖이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인생 최고의 경영자인 것이다.

 

 다 떨어내지만 멋있는 가을, 고독하지만 행복한 계절. 고독은 그래서 맛있고 가을은 그래서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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