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70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부흥회.jpg

 

20151112_210217.jpg

 

1447205636432.jpg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가 느껴졌는데 3일을 넘어가며 밝은 햇살이 못내 그리워진다. 미국에서 ‘우울증이 가장 많은 도시’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일주일 전,로스앤젤레스에 발을 디뎠다. 역시 L.A. 날씨는 환상이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따스하기까지(77°F)한 기온이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3년 만에 만나는 남가주 밀알선교단원들은 활기 넘치는 얼굴로 나를 반겨주었다. 13년 전, 처음 만나 장애인 사역을 시작하던 그 풋풋함이 남가주 밀알 단원들을 만나면 되살아난다. 휠체어에 앉아 몸을 흔들며 반기는 김수혁 집사,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무표정한 얼굴로 악수를 건네 오는 이상종 간사(뇌성마비), 15년째 찬양을 인도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폴한 전도사. 소년의 미소를 잃지 않고 사역하는 이종희 단장. 말씀을 선포하며 처음 만났을 때의 추억을 되새겼다.

 

금요일(6일) 오후. L.A. 코리아타운으로 향했다. 서부에 온 가장 중요한 여정인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서였다. “L.A. 사랑한인교회”에 당도하자 하재식 담임목사와 중직자들이 극진히 영접해 주었다. 하 목사는 나의 신학대학원 동기이다. 브라질 선교사로 18년을 헌신하다가 6년 전에 이 교회를 맡아 목회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하 목사는 정적인 분이다. 말수가 적고 실로 교회와 가정밖에 모르는 진실한 목회자이다. 지난 2월 부흥회 강사로 나를 청빙하면서 하 목사는 말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을 이 목사 특유의 유모어 감각으로 행복하게 해 달라!”고.

 

그렇게 시작된 부흥회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며 은혜 중에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하 목사의 표정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일 동안 오랜 친구처럼 가까워진 장로님들의 반응 또한 나를 행복하게 했다. L.A. 집회를 마치자마자 시애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미 언급한대로 시애틀은 굵다란 빗줄기로 나를 반겼다. 우연찮게 마주친 “우경철 목사”를 비롯하여 “김대호 목사”, “성종근 목사”, “박은일 목사”를 만났다. 그러고보니 시애틀은 필라에서 부임해 간 목사들이 4명이나 되었다. 세분은 영생장로교회, 한분은 벅스카운티장로교회 출신이다. 그분들을 만나며 이곳이 필라델피아인지, 시애틀인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시애틀 집회를 마치고 강행군을 하여 캐나다 밴쿠버로 북상하였다. 같은 땅인데 국경을 넘어서며 만난 캐나다 서부의 얼굴은 몹시도 낯설었다. 우거진 산세와 왼편으로 펼쳐지는 태평양의 웅대한 자태는 근사해 보였지만 무언가 세련되지 못한 산세와 도로의 부조화가 자연스럽지 못함 때문이었다. 휘슬러(Whistler)의 위용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밴쿠버 밀알선교단(단장:이상현 목사)의 장애 아동들을 만나며 맑디맑은 영혼의 청아함을 느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다. 여행은 낯선 곳이 설레임으로 바뀌는 묘미가 있다. 1년의 절반 이상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탓에 이른바 ‘SAD’(Seasonal Affective Disrder)라고 불리우는 계절성 정서장애를 겪고 있는 도시.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커피문화 발달은 커피만이 우울한 날씨를 견딜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아마존’ 사 등 굴지의 회사들이 자리한 곳.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시애틀이기도하다.

 

이제 내일이면 사역지인 필라로 돌아가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빗줄기는 창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시애틀의 마지막 밤은 스타벅스의 진한 커피 향처럼 내 가슴에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여전히 <시애틀>은 매력덩어리이며 다시 오고 싶은 향수의 마을이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790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22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06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10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15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40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18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61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896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16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60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286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53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01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20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387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86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16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686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