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2.25 20:41

뒷담화의 달콤함

조회 수 569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뒷담화.jpg

 

 갑자기 귀가 가려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누가 내말을 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에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일찍이 나의 장인이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것이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좋은 말을 하는 것”이라고.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왼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꿀꿀’하고, 오른쪽 귀가 가려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남의 말을 많이 한다. 좋은 말에는 흥미와 집중력을 흐리다가도 누군가를 흠집 내는 대화가 시작되면 감칠맛을 느끼며 끊어질 줄 모른다. 아담의 죄의 근성은 그래서 무섭다. “좋은 말만 하고 살자!” 결심을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실천되질 않는다. 지난 주간 한 모임에서 “저는 오늘 바빠서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라며 한 사람이 바삐 자리를 떴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의 입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시작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람에 대한 일상과 사정을 넘어서 성격털이(?)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해서 나는 웬만하면 어느 모임에서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전해 듣는 것은 못 견딜 일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남의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난도질을 해댄다. 그런데 이게 보통 재미가 있는 게 아니다. 남에 대해 좋은 말을 할 때는 표정이 단순하다. 하지만 일단 뒷담화 단계에 접어들면 표정들이 달라지고 제스처도 현란해 진다. 상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고 들어간다. 그러면서 다들 합창하듯 동조한다. “맞아, 맞아. 응? 그래?”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면서 공통적인 유대감을 확인한다.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답답한 동료, 이중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날 때, 미운 상사, 얄미운 후배에 대해 험담을 하다보면 속이 시원해진다. 다른 때는 몰라도 뒷담화를 할 때면 어쩜 그렇게 잘 맞는지 신기하기 이를데 없다. 관계지향적인 여성들은 자신의 개인사를 친해지는 수단으로 동료나 친구에게 넌지시 내어 밀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 비밀이 뒷담화의 소재로 활용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남에 대해서는 인색하리만큼 ‘몰이해스럽다’가도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하다.

 

 그래서 뒷담화의 대상이 나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처럼 살다가 전해져온 자신의 뒷담화에 접하면 견디질 못한다. 그동안 그렇게 뒷담화를 즐겨했는데 상황이 바뀌면 ‘멘붕’(멘탈붕괴)에 빠지는 것이다. 내 앞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하다가 뒤에서는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으레 ‘사람들은 내 흉을 보겠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산다고 한다.

 

 부정적 정신적 습관을 가진 이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97.2%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떤 일이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다. 내가 다가갔을 때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면 ‘틀림없이 내 흉을 보고 있었을 거야’라고 지레 짐작을 한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하는 동안은 서로가 동지가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다. 뒷담화는 일종의 습관이다. ‘다르다’는 것과 ‘틀린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이유로 험담을 하는 것은 결국 내 인격을 피폐하게 만든다.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엘이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침묵의 나선>이라는 책에서 “나선 이론”을 피력한다. 곧,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소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느끼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뒷담화를 할 때에 동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마음까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뒷담화는 메아리처럼 내게 되돌아 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중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있는 그 무엇을 미워하는 것이지”라고 지적한다.

 

 뒷담화를 삼갈지어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792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22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12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16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34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48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2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65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1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16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63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289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67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09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22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392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88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18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686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3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