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0.13 12:58

외로운 사람끼리

조회 수 406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외로움.jpg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 것이라고 들 한다. 그 외로움이 때로는 삶을 어두운 데로 끌고 가지만 외롭기에 거기에서 시가 나오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외로움이 두렵다기보다 그 상황을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결국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외로움은 평생 걸머지고 가야하는 숙제인 것 같다.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나 술이 안겨주는 한잔의 몽롱함은 그 농도를 더해가면서 더 깊은 외로움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내가 외롭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까? 항상 호탕하게 웃으며 밝은 인상을 지키는 모습은 외로움과는 전혀 상관없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외롭게 살았고 여전히 외로움과 동행하고 있다. 나의 고교시절은 너무도 혼란한 시기였다. 그렇게 튼튼하던 우리 가정에 경제파탄이 치고 들어왔고 그로인한 아버지의 조기은퇴는 우리 가정을 가혹한 현실로 몰아갔다. 날마다 빚쟁이들이 우리 집으로 출근을 하고 아예 안방에 드러누워 내 돈을 내어 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당시 나는 지옥을 목격했다.

 

  사람이 독이 오르면 얼마나 악한 모습이 나타나는지, 금전적 손해 앞에 그토록 점잖던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언행을 내뱉으며 흐트러지는 것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우체국장은 내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나를 아끼고 사랑했었다. 하지만 일단 채권자가 되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버지를 깎아 세우고 나를 조롱했다. 사랑의 온상 같았던 우리 가정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다. 경제사범이 된 어머니는 어느 날 자취를 감추었다. “어머니가 어디에 갔느냐?”고 다그치는 나에게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나는 KSCF 서울 연맹 회장을 하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사춘기 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내버렸다. 여름 방학에 대구에서 전국대회가 열렸다. 전화가 없던 시절에 나는 대구연맹 한 학년 아래인 소녀와 펜팔로 교감하고 있었다. 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와중에 우리는 외진 교실에서 1년 만에 재회를 했다. 수척해진 내 얼굴에 그 애의 고운손이 다가왔다. “마이 힘드른나? 얼굴이 영 아이네! 힘내라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아이의 대구 말씨와 터치가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글을 쓰다가 불현 듯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 그 아이가 생각났다.

 

  고교시절부터 명동을 휩쓸고 다니며 추억을 쌓았던 친구 성원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졸업을 하자마자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다. 강주와 셋이서 그렇게 뒹굴며 우정을 쌓았는데 너무도 서운했다. 수많은 이별을 했지만 성원이와의 이별은 가슴이 시리도록 슬펐다. 성원을 떠나보내고 강주와 나는 술을 마실 때마다 성원이 자리에 술잔을 채우고 얼마나 넋두리를 해댔는지 모른다. 3년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큰 아픔이었다. 후에 들리는 소문에 목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수소문해 보아도 성원이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젊은 날 방황하던 나에게 주님이 다가오셨다. 오로지 노래, 기타, 부딪치는 술잔으로 외로움의 그림자를 떨쳐 보내려 애쓰던 그 자리에 그분이 조용히 손을 내어 미셨다. 그분을 만나고 받은 은총은 근본적인 외로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 스며드는 외로움은 살아있기에 겪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누구나 동감하듯 나이가 들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쉬어보이지 않는다. 순수성이 결여되고 이미 사고가 굳어버린 상태에서 진정한 교감은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옛 노래를 부르다 지쳐버리고. 참 인생이 애달프다

 

  에덴의 동쪽으로 추방을 당한 그때부터 인생은 외로움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존재인 것 같다. 세상 것이 많아서, 모든 것이 부요하다고, 주위에 사람들이 많다고. 그 녀석이 쉽게 물러가진 않을 것 같다. 외로운 사람끼리 보듬어 주며 한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가을은 외로움을 몰고 오는 계절인가보다.

 


  1.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857
    Read More
  2.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554
    Read More
  3.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069
    Read More
  4.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542
    Read More
  5.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877
    Read More
  6.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535
    Read More
  7.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3991
    Read More
  8.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701
    Read More
  9.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3975
    Read More
  10.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37
    Read More
  11.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137
    Read More
  12.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792
    Read More
  13.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530
    Read More
  1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021
    Read More
  15.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258
    Read More
  16.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4896
    Read More
  17.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4879
    Read More
  18.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522
    Read More
  19.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201
    Read More
  20.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49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