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5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해영.jpg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는 엄마 대신 동생 넷을 키우기 위해 남의집살이(식모)를 시작했다. 그때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열네 살.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는 공부에 목이 말랐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직업훈련원에 들어갔다. 배움에 목마른 소녀는 뭐든 악착같이 배웠다. 편물 기술로 전국기능대회를 휩쓸었다.

1985년에는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로 간 때가 스물여섯 살.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아무 희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꿈을 꾸게 하고 싶었다. 14년 동안 보츠와나 직업학교에 헌신한 그녀는 미국 나약(Nyack)대학을 거쳐 200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한다. 주인집 창문 너머로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솟았던 '열네 살 식모'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사회복지사가 됐다.

이제 그녀는 유명강사이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은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이다. 스승인 컬럼비아대학교 ‘모이라 커튼’ 교수의 권유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커튼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그녀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인생으로 창조해냈다.' 134㎝에서 성장을 멈춘 그녀는 굽 높이가 10㎝가량 되는 구두를 신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해영.” 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김해영 씨는 아내의 오랜 친구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전설을 일으킨 그녀는 제대로 된 학위를 받기위해 명문 뉴욕 콜롬비아대학에 지원을 했고 기적처럼 공부의 길이 열렸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는 성탄 즈음에는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필라델피아 우리 집에 오곤 했다. 거실에 앉아 부지런히 털실뜨개질을 하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김해영 선교사가 그렇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녀가 한국 매스컴을 타며 그녀의 인생스토리를 상세히 들으면서 부터였다.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고나 할까?

척추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1인치 짧아서 늘 기울어진 채로 서 있다. 따라서 20~30m를 걸어가려면 서너번 쉬어야만 한다. 통증을 줄이려고 허리복대를 13년 동안 감고 다녔다.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공부는 엎드려서 하거나 누워서 한다. 그녀의 고통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컸다. “쓸모없는 딸”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들어야 했던 모진 말이었다. “가난, 고생은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집안이 불행해진 게 다 김해영 탓이라고 하며 엄마는 모질게 때리고 구박을 했다. 정말 친엄마가 맞나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녀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는 잘못 태어났다.”였다.

“오늘까지만 살고 죽자.”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그날이 이어져 이제 그녀는 날개를 달았다. 유명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인,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 이제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채롭다. 김해영이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직업훈련원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지 않았을 만큼 그녀의 마음은 닫혀 있었다. 직업학교에 들어갈 때 종교 난에 ‘자신교’라고 썼을 정도다. 세상에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내 앞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교회에 나가게 되고 결국 주님을 만나는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김해영 선교사를 보며 외치고 싶다.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당신은 천하보다 귀한 소중한 존재이다. 힘을 내자! 뜻이 있기에 태어났고 사명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견디고 이기다보면 새날은 온다. 그날들을 옛이야기처럼 흘리며 살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674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861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558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073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542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882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541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3997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704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3980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42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140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807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538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029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278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4908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4900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550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2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