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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7:47

관상 1/1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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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칼럼을 쓰기위해 “관상 보는 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러다가 ‘점쟁이’쪽으로 나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과연 관상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실로 존재하는 것일까?”

링컨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위해 각료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비서관으로부터 한 사람을 추천 받게 된다. 그 사람 이름을 듣자마자 링컨은 당장에 거절했다. 이유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서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책임이 없지 않습니까?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인데….” 링컨이 되받아쳤다. “아니오. 뱃속에서 나올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이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와우! 과연 내 얼굴은 어떨까?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 집에 마실 온 아낙들(맘 친구들)을 통해 “재철이는 웃는 상이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잘 웃는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돌아다녀도 사람들은 “목사님은 항상 웃으시네요!”하는 것을 보면 마흔이 넘어 내가 만든 얼굴인지도 모른다. 형사였던 아버지는 식사 때면 얼굴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오늘은 어떤 범인이 잡혔는데 생긴 것이 어떻고 그래서 이런 얼굴은 범죄형이 많다.”라는 식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사람을 보면 첫인상을 많이 살피는 편이고 용하게도 겪어보면 그것이 거의 들어맞는 경험을 자주한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사회는 얼굴이 지배한다.”고 했다. 얼굴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역정이 화석처럼 새겨져 있다. 얼굴이 그 사람의 자서전이라고 할까? 나는 복되게도 전 세계를 다니며 설교를 한다. 설교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며 하는 거룩한 작업(?)이다. 어언 40년 가까운 세월을 강단에 서다보니 사람들의 표정과 인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강단에 서면 분위기 파악이 거의 된다는 이야기다. 처음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의 얼굴은 어둡다. 한 주간 삶의 현장에서 허덕이다오니 피곤에 찌들어 있다. 그런데 설교를 들으며 사람들의 얼굴이 변한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얼굴이 환해진 성도들과 악수를 나눌 때면 “목사가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을 그래서 자주 하게 된다.

“얼굴은 마음에 거울.”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다. 얼굴이 밝아야 한다. 묻고 싶다. 내 가족의 얼굴이 어두운 것이 좋을까? 밝은 것이 좋을까? 물어보나 마나이다.사람의 얼굴에는 삼라만상이 있고 길흉화복이 깃들어 있다. 사람의 얼굴엔 과거 · 현재 · 미래가 들어있다. 결국 관상은 나의 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의 ‘상’을 거울삼아 나의 인생을 되새겨 보는 것이다. 종교가 신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관상은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 관상가는 “‘측인법’이라고 하여 사람을 측량하듯 미루어 추측하고 헤아려서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관상성형”이란 말도 있는데 관상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닐까? 결국 마음을 바꾸면 얼굴이 변한다. 꽃이 화려한 것 보다는 싱싱한 것이 더 좋다. 싱싱한 꽃보다 풋풋하며 자연적인 것이 더 좋은 향기와 빛깔을 보여 주는 법이다. 따라서 나이는 얼굴에 자취를 남기며 지나간다.

사람의 관상은 태어날 때 안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삶이 무섭다는 것이다. 먼 훗날 내 얼굴에 그려질 표정들이 따뜻하고 넉넉하기를 바란다. 내 얼굴의 광채를 받고 아이들이 밝게 자라가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내 얼굴 표정 때문에 한번 더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는 실로 능력자이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 그것이 ‘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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