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0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귀를_기울이다.jpg

 

 

사람의 얼굴을 보면 코와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 있다. 이목구비 모두 요긴하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성경 야고보서 1:19절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고 말씀한다. 말은 한 템포 늦추어 해야 하며 성을 내는 것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듣기는 속히 하라고 강조한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한다. 말을 많이 해야 무엇인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말이 많아서 문제가 생겼지, 말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말을 많이 하면서는 영성이 깊어지기 힘들다. 말하기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듣는 것이다. 잘 들으면 열리는 세계가 있다. 40대에 접어들며 어느 날 부딪쳐 온 것이 영성(靈性)의 문제였다. “신학대학에서 공부한 것은 목회 3년이 넘어가면 밑천이 달린다.” 언젠가 선배 목사가 지나가듯 한말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의 깊은 의미를 몰랐다. 실제로 본격적인 목회가 시작되고 교회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며 뭔가 채워지지 않는 영적 기갈에 허덕여야 했다.

‘분명히 교회는 성장하고 있는데 왜 내 영혼은 점점 곤고해 지는 것일까?’ 가만히 짚어보니 말을 너무 많이 해서였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은 1주일이면 보통10편이상의 설교를 한다. 주일 아침, 오후 설교, 수요예배, 금요 철야, 새벽, 거기다 구역 예배 설교까지 하면 설교 횟수가 보통 이상이다. 나도 당시 계산 해보니1주일에 13번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어떤 미국 목사가 한국 교회 목사를 향해 “E.T.(외계인)”라고 했다지 않는가?

영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영적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순간부터 영성 프로그램을 찾아 방방곡곡을 누볐다. 치유 상담을 공부하며 영성훈련 프로그램에 8번(1주일씩) 이상을 참석하며 영성을 회복하는 일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터득한 것이 듣는 것이다. 어떤 날은 둘러앉은 지체들에게 강사가 똑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계속한다. 하루 종일 밥만 먹으면 둘러 앉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한번 상상을 해보라! 나중에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아니, 터질듯한 상황이 된다. 미칠 지경이 된다. 성질이 급한 친구는 강사에게 소리를 지르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대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고비를 지나면 열리는 세계가 있다. 딱딱한 쌀이 죽을듯한 압력을 받으며 맛있는 밥이 되듯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경험 해 보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때 터지는 통곡, 찬송, 환희 - 지금 생각을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똑같은 질문을 300번 하면 영의 세계가 열린다.”는 논문을 본적이 있다. 단순하지만 똑같은 질문을 계속 들으며 묵상하다보면 가슴이 열리게 된다. 이 세상에 모든 물체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땅속에 굼벵이에게 청진기를 갖다 대니 “끼끼끼…” 소리가 들리더란다.

소리는 목적이 있다. 소리에는 메시지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 모든 소리를 흘리며 살고 있다. 성 프랜시스가 설교를 시작하면 사람들뿐만 아니라 짐승들과 새들까지도 다가와 그의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 영성에 대해 눈을 뜨기 전에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슴이 열리고 영의 세계가 열리면 그 모든 것은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윤동주님은 『서시』에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고백한다. 가슴이 열리면 들리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할 때 상대의 말을 가슴으로 들어보라! 머리로 들으니 싸움이 되지. 가슴으로 들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읽어지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목사님이 전하는 설교를 가슴으로 들어보라! 새로운 은혜가 임한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아름다운 저 숲 속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를 들어보라! 다 노래가 아닌가! 가슴의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는가? 잘 들어보라, 처음 듣듯이 다시는 못들을 듯이 그러면 통쾌하게 열리는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798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26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12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24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38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0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2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67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2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2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68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0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74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0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28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08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1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3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4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