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6.28 14:49

생각의 시차

조회 수 298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통.jpg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이다. 시차를 계산하고 그 사람이 전화를 편히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세계를 두루 다니며 깨닫는 한 가지가 있다. 결코 치우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편협은 위험하다. 나라 간에만 시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에도 시차가 있다. 내가 이만큼 생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럴 때는 기다려줘야 한다. 사람끼리는 생각의 시차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만나기가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가만히 관점을 바꿔보면 그 사람의 장점이 슬며시 드러난다.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직 장점만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서도 언젠가는 나를 실망시킬 단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귀하게 보는 마음. 그것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한국 사람들은 남을 좋게 보려는 습성보다는 상대방을 삐딱하게 보는 것 같다. 칭찬하기보다는 비판부터 하는 희한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생각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일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와우, 정말 말이 많네. 피곤해라는 생각보다는 사교성이 많고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유난히 고집이 센 사람은 주관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맞추고 애교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나서서 설치는 사람은 적극적이어서 매력이 있고, 느린 사람에 대하여는 신중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소 신경질 적인 사람을 만나면 샤프한 사람으로, 무식한 사람에 대하여 조금 터프한 사람으로 보면 어떨까?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시각에서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며 대하면 달리 보인다. 어떤 면을 더 부각시켜 보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그 사람에 대한 느낌과 판단이 새롭게 조명된다. 지난 주간 내가 활동하는 중창단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우리 온가족이 자리를 함께했다. 집에 돌아와 우리 가족들은 칭찬일색이었다. 왜 그랬을까?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이기에 그 많은 중창 단원 중에서 나만 눈 여겨 보았을 것이고, 가족이기에 다 멋져보였던 것이다. 결국은 내가 만나는 그 사람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신학대학 2학년 때인 20대 초반부터 교육전도사가 되어 열정을 불사르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많이 부딪친 대상이 교사들이었다. 나는 기도하며 계획을 세우는데 사사건건 따지며 반대의견을 내는 교사가 그렇게 미웠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사표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 교사들이 담합하여 전도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륜이 더해가며 양보의 미덕을 갖추어가기에 이른다. 그 당시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내 생각보다는 교사들의 중지가 더 지혜로움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여유를 가지고 양보를 하니 오히려 교사들이 한발 물러서며 전도사의 의견을 세우려는 단계까지 갔다. 한국에 나가면 함께 늙어가는 그 당시 교사들을 만나 웃으며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시각을 달리해야한다. 생각의 시차를 서로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한국에 전화를 하려면 적당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듯 기다려주고 인정해 주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생각의 시차를 느껴서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 그럴 때는 각 나라마다 다른 시간의 차이를 한번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나라 사람과 가장 좋은 대화의 시간을 기다린다고 여기라. 그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면, 더 큰 인간 이해와 배려와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1.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853
    Read More
  2.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549
    Read More
  3.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067
    Read More
  4.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536
    Read More
  5.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865
    Read More
  6.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528
    Read More
  7.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3989
    Read More
  8.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696
    Read More
  9.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3972
    Read More
  10.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32
    Read More
  11.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126
    Read More
  12.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775
    Read More
  13.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517
    Read More
  1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007
    Read More
  15.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229
    Read More
  16.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4874
    Read More
  17.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4863
    Read More
  18.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504
    Read More
  19.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179
    Read More
  20.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4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