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3.06 11:19

소아마비

조회 수 232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아마비.jpg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어디나 가기를 좋아하던 나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 ‘기우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들이 그분들에게는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으셨나 보다. ‘자녀가 장애가 있다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모가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집안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가문의 수치로 여기고 장애아를 집안에 가두어 놓고 전혀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게 했다. 유교 관념에 사로잡혀 살던 사람들에게는 장애인이 단지 불구자, 병신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경제 형편이 넉넉하고 조금 의식이 깨어있는 분들은 명휘원이라는 소아마비 장애인들만을 교육하는 특수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 아들이 무언가 하고 싶어하면 적극적으로 그것을 밀어주셨다. 나의 부모님은 아들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 어디를 가나 당당하게 나를 소개하고 활보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셨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어쩌다가 아드님이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까?” 그러면 , 소아마비에 걸려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답을 해 주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라는 말을 귀에 달고 살았다. 대답을 듣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혀를 차며 쯧쯧, 잘생기고 똑똑해 보이는데 안됐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부모님은 잠시 얼굴을 찡그리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린 시절에는 장애인 중에 소아마비 장애인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그것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금처럼 장애의 종류가 많지 않았던지 아니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집안에서 가두어 키웠던지. 그런데 불행하게도 후자의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일례로 어느 목사님이 교회 중직 가정에 심방을 갔다가 화장실을 잘못 찾아 방문을 열었더니 장애가 극심한 그 집의 아들이 튀어나오는 사건이 벌어졌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자식을 차마 죽일 수는 없고 집안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집안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

 

  가끔 운전을 하다가 장애인이 전동 휠체어를 운전하며 가는 모습을 본다. 휠체어 뒤쪽에 깃발을 달고 열심히 내달린다. 혹시라도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염려도 된다. 얼마나 자유로울까? 얼마나 행복할까? 아마 그것은 오랜 날 병상에 누워 있다가 기력을 회복하여 바깥바람을 쐬러 나오는 그런 기분일 것이다. 같은 장애인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내 가슴이 뛴다. 그 모습이 너무도 보기가 좋다. ‘널싱 홈에서 홀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밀알선교단 화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일주일에 한번 차를 타고 밀알에 오가며 자유와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무슨 말을 해도 다 들어준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은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앞뒤도 안 맞고 대화의 방향이 일정하지도 않다. 그래도 다 들어주고 반응해준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때에 장애인들의 얼굴을 달덩이처럼 밝아진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공동체에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것처럼 귀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미국은 어디에나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화하고 있어 장애인들의 이동경로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한국에 가보면 아직도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길거리, 시설을 본다. 장애인들은 누구보다 바깥바람을 많이 쐬어야만 한다. 불편해도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장애인이 밀알선교단에 오면 동질감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밀알에 나오면 삶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장애인들이여, 밀알로 오라! 그리하면 행복의 생수를 마시게 되리라!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800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26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17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24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38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1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2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69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2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3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70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1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74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0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28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08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3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3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4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