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8.17 10:59

청춘

조회 수 451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청춘.jpg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프다. 청춘을 향해 아이들은 자란다. 어느 날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얼마 전 사 입은 옷이 하루가 다르게 몸을 조여 오며 청춘이 점점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앳되던 목소리가 변해가고 신체의 변화가 생기며 두렵지만 청춘이 되어가는 기쁨에 세월을 잊는다.

 

  그냥 스쳐가던 아이가 눈에 들어오며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돌입한다. 그 아이를 만나면 심장이 뛰고 귓볼이 빨개지며 절제가 힘들어 진다. 책을 펴도 떠오르고 하늘을 쳐다보면 그 아이가 어느새 미소 짓고 있다. 가슴은 울렁거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된다. ‘내일은 고백해야지다짐을 하지만 몇 번인가 기회를 놓쳐버리고 바보라는 노래가 입가에 새겨졌다.

 

  오랫만에 그녀가 보내온 짧다란 사연 하나 이젠 다시 볼수가 없어요 당신을 떠나갑니다 설마 나를 두고 갈까 다신 못만날까 내가 그렇게도 좋아 이 세상이 모두 네꺼다 하더니 하고픈 말 아직도 많은데 언제나 전해줄까 바보같이 눈물이 뺨위로 자꾸만 흘러내리네.윤형주가 덥수룩한 머리와 뿔테 안경을 쓰고 그 노래를 부를때에 가슴은 아파왔다. 청춘앓이를 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사랑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만 사랑은 어렵기만 하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저만치 다가오는 사람은 부담스러운 사랑의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영화 <러브스토리> 보며 울었다. 왜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는지 안타까웠다. 뉴욕 센트럴공원에서 눈밭에 뒹구는 두 사람의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화면이 눈인지 눈이 화면인지? 흰백색에 향연이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웠다. snow frolic의 선율은 청춘들의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추운 겨울 길거리를 자나다 snow frolic만 나오면 아름다운 사랑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발길을 멈췄다. 명대사 사랑이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 거야.”는 영화의 감동을 한층 끌어올렸다.

 

  변변한 카페도 없던 시절. 우리는 칠성사이다 한 병을 들고 남의 집 창밑에서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하얗게 밤을 새웠다. 명동 튀김골목에 걸터앉아 생맥주와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청춘의 한숨을 토해냈다. 우연히 빠져든 심야방송에 심취하며 팝송의 가사를 한글로 써서 익히며 급을 높여보려 했다. 누구를 만나러 나갈 때는 빈손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타임지나 원어서적을 들고 나갔다. 솔직히 잘 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통증이 필요하다. 하물며 뱀도 허물을 벗으며 자라나지 않는가? 나방이 좁디좁은 구멍을 제 힘으로 뚫고 나와야 온전한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그 과정을 감당하지 않고는 청춘 이후에 다가오는 인생의 파고를 결코 맞설 수 없다. 비록 가난하고 아팠지만 청춘은 아름다웠다. 아파하며 시와 음악이 창출되었다. 아팠기에 가슴으로 대화했고 그러기에 지금도 만나면 우리는 금세 청춘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별빛이나 달빛을 보며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외로움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청춘은 가능성이다. 헤르만 헷세는 이렇게 외쳤다. “내 참 자아 속에서 솟아나오려고 하는 것들,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민주화를 외치며 온몸에 신나를 붓고 산화하는 청춘을 보며 괴로워했다. 진정 지식은 번뇌를 더하는가? 나이가 들어가면 청춘에 대하여 초연해 질 줄 알았다. 아니었다. 오히려 농익은 청춘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어설픈 20대에 청춘 때에 몰랐던 생의 열매가 이제야 알알이 영글어 감을 실감한다. 때문에 오늘도 외친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진정 청춘은 계속 계속 갖고 싶은 순간이다.

 


  1.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508
    Read More
  2.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1066
    Read More
  3.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778
    Read More
  4.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127
    Read More
  5.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273
    Read More
  6.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099
    Read More
  7.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377
    Read More
  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461
    Read More
  9.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667
    Read More
  10.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860
    Read More
  11.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509
    Read More
  12.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33
    Read More
  13.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12
    Read More
  1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29
    Read More
  15.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16
    Read More
  1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17
    Read More
  17.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054
    Read More
  18.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58
    Read More
  19.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576
    Read More
  20.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698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