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73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혜.gif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허공을 향해 두 팔을 허우적대는 딸 “소혜”(4)를 보는 엄마 “정애”(29)씨가 내뱉는 탄식이다. 예정일을 석 달 남겨 두고 일찍 엄마 뱃속에서 나온 “소혜.” 미숙아로 태어나 엄마 품이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생활을 해야 했고, 당시 의사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엄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살려 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소혜는 쌍둥이로 태어났다. 언니 지혜는 인큐베이터에서 100일을 살다가 견디지 못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아이들은 너무 약했다. 작은 상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소혜”는 그렇게 6개월을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아야했다. 엄마가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하루에 단 두 번 뿐이었다.

하지만 정애 씨는 몸의 회복이 느려 하루 한 번도 겨우 갈 수 있었다. 그나마 하루 한 번 갔던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예 가지 못하는 사정에 이르렀다. 병원비 미납액이 쌓이면서 병원을 찾을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전해들은 병원 측에서 일정 부분 병원비 지원을 해주었고, 그런 후에야 정애 씨는 다시 소혜를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살아만 준다면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정애 씨는 막상 아이가 ‘미숙아망막증 말기’ 판정을 받고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자 괴로움에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워야했다. 놀이터에 소혜를 데리고 가면 아이들이 “괴물이라.”고 놀리며 따돌림을 해댔다. 한 번은 어떤 아이 하나가 소혜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바람에 크게 놀랐던 적도 있다. 아이는 보이지 않아 그 따가운 시선들을 직접 볼 수 없어 한 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모녀는 그 이후로 낮에는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 죄인처럼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잠깐 나올 뿐이다. 집 근처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소혜를 맡아줄 수 있을 만한 전문시설이나 교육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받아주기 힘들기 때문에 소혜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만한 기회가 없다. 게다가 미숙아로 태어난 영향으로 성장발달속도가 느려 전문교육기관의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들 문제로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소혜를 돌보고 있는 정애 씨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겪으며 살고 있다.

“소혜야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소혜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엄마의 몫. 그래서 엄마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해도 아이가 혼자 밥을 먹게 놔둔다. 숟가락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손으로 밥과 국을 먹고 밥상은 금세 엉망진창이 되지만 그냥 지켜볼 뿐이다. 엄마는 소혜가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공부를 못해도 상관없다고 고백한다.

의지할 사람이라곤 서로가 전부인 모녀는 오늘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놀이터로 향한다. 언제쯤 소혜는 환한 곳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될까? 시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네 살 “소혜” 모녀는 그렇게 하루하루의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정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요사이 반가운 일은 우리 밀알선교단에 어린 천사들(장애 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밀알을 믿고 아이를 맡겨주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몰라도 예수님의 눈에는 영롱한 영을 가진 그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우리라! 토요일마다 밀알은 천국이 된다. 미소 짓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1.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5172
    Read More
  2.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5077
    Read More
  3.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4417
    Read More
  4.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4689
    Read More
  5.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5582
    Read More
  6.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5677
    Read More
  7.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5562
    Read More
  8.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5000
    Read More
  9.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5740
    Read More
  10.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5204
    Read More
  11.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5285
    Read More
  12.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5371
    Read More
  13.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5892
    Read More
  14.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6121
    Read More
  15.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6586
    Read More
  16.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5908
    Read More
  17.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6399
    Read More
  18.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6441
    Read More
  19.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6753
    Read More
  20.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67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