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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png

 

 

누구나 미치도록 좋아하는 가수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십대로부터 20대를 흘러가면서 내 마음 한켠에 시냇물을 만들어 준 가수가 있다. “김정호” 진정 내 십대에 아이돌은 “김정호”였다. 어쩌다가 김정호가 TV(흑백) 화면에 나타나면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넋을 잃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슬프지만 기분 좋은 허스키. 호소력 있는 감성을 그는 지니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 등장한 통기타 음악은 내가 고교생이 되자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가요계를 평정한다. 트로트 중심의 가요가 포크송으로 급전환 한 것이다.

처음 접한 포크송은 “은희”의 “꽃반지 끼고”였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로 시작되는 노래는 끊어질 듯 끊을 듯이 이어가는 특이한 창법으로 히트를 친다. 이어 등장한 “양희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청아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그녀의 노래는 모두의 사연을 업고 국민 애창곡이 된다. 1972년, 우리 가족은 양평(경기도) 생활을 뒤로하고 서울 청량리에 정착하게 된다. 신기하고 번화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흑백사진에나 남아있을 법한 장면들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치고 올라온 것이 “송창식”이었다. 서글서글하고 괜찮아 보이는 인상에다 시원시원한 창법의 그가 톱가수로 올라서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슬픈 눈동자를 가진 한 가수가 등장한다. “김정호” 외모만큼이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사실 김정호가 나오기 전에 공전의 힛트를 친 듀엣팀이 있었다. 바로 “어니언스”이다. 임창제는 노래, 이수영은 비주얼 담당이었다. 이수영은 영화배우이상의 외모로 당시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으로 말하면 “이민호, 이종석”정도라고 할까? 그런데 정작 어니언스가 부른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것이 김정호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심이 집중된다.

김정호 하면 떠오르는 곡은 “이름모를 소녀”이다. “♬버들잎 따다가∼ 연못위에 띄워놓고” 캬! 정말 좋았다. 중학 3학년에 배운 통기타 실력은 고교에 올라가며 물이 올랐고 덕분에 나는 많고 많은 사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 당시 통기타 하나만 있으면 여학생들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얼마나 수월했는지는 우리 세대는 다 아는 사실이다. 고교시절, 학교와 단체(RCY등)에서 열리는 가을축제에 게스트로 불려 다녔다. 교회 “문학의 밤”까지. 그때 함께 다니던 친구가“연”을 부른 “라이너스”의 “최광수”였다.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을때에 밀려오는 긴장감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대중가요 공연을 위해 그 많은 날들을 간절히 기도한 사람은 나 말고 또 있을까? 소개 멘트와 함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치며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다. 좌중은 금방 동화되어 온다.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하다. "이름 모를 소녀"와 더불어 그의 대표곡 중에 하나가 "하얀 나비"이다. 김정호의 노래를 살려 준 것은 “현혜미”의 피처링이다. “나나나나∼” 혹은 “우우우∼” 하고 내뱉는 그녀의 피처링은 노래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주었다.

김정호를 직접 처음 만난 것은 무교동의 “생맥주 홀”이었다.(신학을 공부하기 전임) 화면으로만 보던 그가 내 앞에서 통기타로 생음악을 들려줄 때에 황홀경에 빠졌다. 백짓장처럼 하얀 얼굴, 비스듬히 넘겨 빗은 머리칼에 살짝 가리워진 눈, 겁먹은 듯한 커다란 눈망울, 약간 튀어나온 광대, 그리고 보라색을 띤 두툼한 입술. 가녀린 듯하지만 짙은 호소력을 겸비한 그의 노래는 내 장애의 아픔까지 치료해 주었다. 내 청춘을 잠식시킬 정도로 김정호의 노래는 슬퍼서 아름다웠다.

그는 어린나이부터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그 후유증 때문이었는지 그는 1985년 가을, 33세의 짧은 일기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내 가슴에 남아있다. 감사한 것은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사실이요,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 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통기타를 꺼내 “김정호”의 노래를 불러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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