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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jpg

 

 

2002년 가을, 한국에서 목회하던 교회에 반주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목사님, 이런 인생도 있네요.”라는 제목이었다. 메일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까?’ 다름 아닌 “이지선”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이지선이 보스톤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2005년 10월. “필라 밀알의 밤” 무대에 올리는데 성공을 하게 된다. 지선은 털털하고 화통했다. 그해 밀알의 밤에서 이지선은 잔잔한 간증을 통해 모여온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겼다.

그 이지선이 지난 4월. SBS “힐링 캠프”에 나왔다. 나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TV화면에 나온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몰입하며 방송을 보았다. 오랜만에 화면으로 마주하는 지선은 여전히 명랑숙녀였다. 사고당일 지선은 여느 때처럼 학교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가 귀가를 위해 오빠 차에 몸을 싣는다. 잠시 후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놓을 끔찍한 사건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빨간 신호등에 정차하고 있는 지선의 차량(오빠가 운전)을 난데없이 정체불명의 차가 덮치며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그 차는 음주차량이었고 운전자는 소주를 5병이나 먹은 상태였다. 지선의 오빠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지선은 정신을 잃고 몸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허겁지겁 지선을 끄집어내어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이지선의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시작했다. 주위사람들이 “차가 폭발할 것 같다.”고 소리치자 오빠는 겨우 지선을 안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지선은 그때부터 죽음과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였다.

이지선은 회고한다. ‘치료 5개월 정도가 되고나서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고. CD케이스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뭐지?”라고 했단다.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화상이 너무 심해 손가락 절단수술을 받아야만 하였다. 양쪽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8개의 손가락을 한마디 혹은 두 마디를 절단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손가락을 덜 자르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속눈썹이 없어지니까 땀을 흘렸을 때 눈으로 바로 들어오더라.”며 그런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까지 느꼈다고 덧붙인다.

그날부터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할일들을 찾아내며 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는 말에 가슴이 저며 왔다. MC가 물었다.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지선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으면 어찌했을까요?” 지선은 항상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찍은 사고 전 사진을 내비췬다. 요즘말로 ‘퀸카’급 외모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여자에게 얼굴을 생명과도 같다. 그 예쁜 얼굴을 잃어 버린 지선이지만 과거보다는 지금 현재에서 감사할 일을 찾으며 살고 있다. 대단하다.

지선 오빠는 “불타는 차에서 동생 지선을 구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동생에게 혹독한 재활훈련을 시켰다. 화상으로 손가락 주름이 없어져서 손가락을 굽힐 수가 없었다. 오빠는 손가락 주름이 생기게 하기 위해서 손가락을 수없이 꺾어댔고 그 과정에서 살이 터지고 찢어지기도 했다. 지선을 왜 하나님이 살려주셨을까? 오늘도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 믿고 싶다.

누군가 지선에게 물었다. “사고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고. 지선은 당당하게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MC 이경규가 물었다. “그 끔찍한 일을 당하시고 어떻게 사셨어요?” 지선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살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그 말에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내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내가 왜 이러지?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자괴 섞인 넋두리로 멈추려했지만 눈물을 말을 듣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장애라는 벽에 부딪히며 절망감이 찾아올 때에 “그래도 살아야지!” 버티다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내 삶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 어찌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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