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09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명퇴.jpg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어. 60대 초반이면 일반 목회를 접고 내가 꿈꿔왔던 일들을 추구하려 한다.” 그런데 50대 후반이 되어가며 친구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급기야 채 60이 되기 전에 은퇴가 없는 사역지로 옮겨가 버렸다. 사람 참 모를 일이다. 사람은 다 그런 것 같다. 일을 할 때는 지겨워하고 막상 그 일을 접을 때가 다가오면 아쉬워하며 놓기를 주저하게 된다.

 

 20대에 입사하여 평생을 헌신해 온 직장인이 있다. 이제 회사 중진이 되어 소신껏 꿈을 펼치려는 나이가 되자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은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정년보다 조금 일찍 퇴직을 하면 넉넉한 퇴직금을 보장한다는 유혹이다. 오랫동안 갈등하던 끝에 드디어 퇴직을 했다. 이름하여 명예퇴직이다. 수십년간 근무하던 직장이니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앞선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직장 동료들은 한 아름의 편지를 안겨 주었다. 며칠이 걸려 읽은 편지들은 미소 짓게 만든다.

 

 명예퇴직을 한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나간다. 제일 먼저 찾아 온 것은 여유로움이다. 뜬금없이 찾아드는 불면의 밤도 늦잠을 잘 수 있으니 초조하지 않다. 출근을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미친 듯이 뛰어 나가지 않아도 된다. 포근한 침대 속에서 즐기는 아침잠의 그 느긋함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충분한 잠으로 전날의 피로가 씻어 지니 상쾌한 아침을 맞게 된다. 은행이나 병원진료 등도 눈치 보지 않고 들를 수 있어 좋다. 운동한답시고 늦은 밤에 들어 와 아침식사 준비로 밤늦게 떨그럭거리지 않아도 된다.

 

 초저녁부터 TV앞에 앉아 리모컨 운전만 열심히 하면 된다. 친구들이랑 차도 마시고 바람도 쏘이며 조잘대는 그 재미도 함께 할 수 있다. 평일 낮의 나들이가 얼마나 편안한지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퇴직하고 나니 어떠냐?”고 물어온다. 아직은 여유로움 외에는 잘 모르겠다. 연금이 월급만 하겠는가? 반 이하로 확 줄어버린 연금으로 경제적 부감감이야 당연히 느낀다. 시간이 귀해 늘 택시를 타고 다니던 그가 요즘은 버스나 전철을 타게 된다. 그 속에서 타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인생을 느끼는 것도 흥미롭다.

퇴직을 하고 나면 4단계의 대학이 있다고 했던가? 하루 종일 바빠 하바드 대학. 하루 종일 와이프 뒤만 따라 다녀 하와이 대학. 하루 종일 동네 경로당에 있어 동경 대학. 그것도 다리 아파 못하면 방구석에 콕 박혀 방콕 대학이라지. 수십년간 직장에 매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백수생활에 젖어 들고 있다. 이제는 편안하게 동창들을 만난다. 자식들도 모두 장성해서 대부분 짝을 맞추었고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같이 살아온 아내와 함께 한 시름 놓고 적당히 보기 좋은 주름살로 쌓아온 연륜도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다.

 

 화제는 자연히 황혼의 삶을 어떻게 잘 마무리 할 수 있는가가 중심이었다. 옛일에 대한 향수를 더듬기보다 앞으로 맞이할 백수로서의 시간과 생활에 어떻게 잘 적응하며 여생을 마무리 하는가가 대화의 줄을 이어간다. 세상일은 늘 변화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백수에게도 기회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퇴직했다고 멋진 꿈까지 접어서는 안 된다.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로 퇴직의 여유로움을 느껴야 한다. 마음속에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속에 끝없는 도전과 희망의 나무를 심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가면 현역에서 물러나는 일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않아 죽을 날만 헤아리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나이에 덮여 백수의 아름다움 자체를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백수가 무엇인가? 백 가지 손을 가지고 최소한 백 가지의 여유를 만들 수 있는 때가 아닐까? 가슴을 펴고 백수의 노래를 불러보자. 그것이 진정 명예퇴직자의 영예이다.


  1.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47
    Read More
  2.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025
    Read More
  3.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884
    Read More
  4.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30
    Read More
  5.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48
    Read More
  6.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79
    Read More
  7.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39
    Read More
  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32
    Read More
  9.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24
    Read More
  10.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06
    Read More
  11.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56
    Read More
  12.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75
    Read More
  13.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51
    Read More
  1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79
    Read More
  15.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81
    Read More
  1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57
    Read More
  17.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08
    Read More
  18.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89
    Read More
  19.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35
    Read More
  20.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70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