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11.01 15:10

그래도 살아야 한다

조회 수 297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자살.jpg

 

 지난 14.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격이다. 설리의 자살은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03, 홍콩 배우 장국영이 자살하자 9시간 만에 그의 팬 6명이 자살했고, 2008, 최진실과 안재환이 자살한 그해 10월의 자살률은 월별 자살률보다 3배나 높았다. 이처럼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살면서 자살 충동을 전혀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생후 2살에 홍역을 앓으며 소아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장애의 무게는 점점 나를 짓눌러왔다. 돌아보면 정말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때가 부지기 수였다. 전혀 길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밀어도 끄떡하지 않는 벽을 마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고 신앙을 가진 이후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서 장애의 아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 앞뒤좌우를 둘러보는 시각이 있는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떠난 자보다 남은 자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자살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모두가 어려운 시대였다. 반면에 이웃 간의 관계가 끈끈했고 가정이 모든 것을 품었다. 하지만 80년대에 들어서며 다원화 시대를 맞은 한국은 여러 분야에 약진을 이뤄내며 계층의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제가 나아진 것은 분명했지만 반면 정신위생은 점점 약화 되고 사회경쟁은 심화되어갔다.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삶의 응집력이 무너졌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체계의 붕괴, 사회 가치체계가 무너지면서 자살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한 해만도 자살수가 13,000여 명에 이른다. 매일 40명의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우리 사회는 심리적 건강 척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자살을 가장 큰 죄로 보는 교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관심을 갖고 있을까? 또한 생명의 소중함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하여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타난 통계를 보면 묘하게도 일반인들과 크리스천의 자살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실이 이렇다면 이제 교회와 목회자는 자살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야 하고 인생 여정에서 맞이하는 위기에 대처하는 내면세계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게 해야 한다.

 

  삶을 극단적으로 포기한 사람을 무조건 지옥에 갔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생명공동체로서 그들을 이해하고 품지 못했음을 성찰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은 유족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는 돌봄의 목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은 최소한 8명에게 큰 충격을 준다고 한다. 한 번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약 25번의 준비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보면 목회자의 헌신과 그리스도인들의 배려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심리학자 조이너는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자살을 실행하는 3가지 심리 조건에 대해 언급한다. 첫째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마음(상실감), 둘째는 스스로 타인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무능감, 셋째는 죽음의 고통을 받아들일 만한 육체적 심리적 조건들이었다. 조이너는 이 3가지 심리 조건 중 단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절대로 자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장애인 사역자이다. 그래서인지 다운타운 길목에서 만나는 노숙자들을 보면 울분부터 올라온다. 멀쩡한 사람이 풀린 눈으로 구걸을 하는 모습이 연민을 넘어 분노로 다가온다. 이 땅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살아보려 몸부림치는 분들이 많다.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특급열차를 타고 있다. 이 열차를 멈추게 하기위해 기도하며 힘을 모아야 할때이다.


  1.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0412
    Read More
  2.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764
    Read More
  3.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096
    Read More
  4.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254
    Read More
  5.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084
    Read More
  6.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366
    Read More
  7.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450
    Read More
  8.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656
    Read More
  9.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839
    Read More
  10.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502
    Read More
  11.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17
    Read More
  12.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893
    Read More
  13.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16
    Read More
  14.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05
    Read More
  15.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03
    Read More
  16.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041
    Read More
  17.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44
    Read More
  18.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562
    Read More
  19.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6974
    Read More
  20.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26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