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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3 12:35

외다리 떡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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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민.jpg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스무 살 때 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여태까지 병에 걸렸었구나’ 깨닫게 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다. ‘다리 하나 없다고 이렇게 절망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파고 들면서 ‘꿈이 축구 선수였으니 한번 해 보자’고 했고 목발에 의지하여 산을 올랐다. 수천, 수만 번을 넘어지며 볼을 다룬다.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가슴에는 용기가 솟아올랐다. ‘절망하지 말자, 죽기 살기로 한번 살아보자.’ 천신만고 끝에 목발에 기대 멋지게 날아올라 공중에서 축구공을 차는 단계까지 발전을 했다. 이후 학교 운동장에 가서 기웃거렸다. 이상한 눈빛이 다가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의 간절함에 축구 동호회원으로 흔쾌히 받아들여진다. 고맙고 고마웠다. 부모를 원망하던 때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리움으로 번져갔다. 끝내 그는 친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매일 때리던 숙부, 숙모도 이제는 고마운 존재로 남아있다.

 

 그의 직업은 찹쌀떡 장사이다. 이 남자, 찡그리는 법이 없다. “모든 게 감사하다”고, “사는 게 너무 즐겁다”고 한다. 왼쪽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게다가 고아이다. 그런데 그는 오늘도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그의 사연은 7년 전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30kg이 넘는 떡통을 메고 벼락같이 달리는 모습도 경이롭지만, 목발에 기대 온몸으로 공을 차고 완벽하게 착지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을 숙연케 했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다시 올라오면서 120만뷰를 찍었다. 수많은 격려와 감동 섞인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약 인기맨이 되었지만 영민은 여전히 겸손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는 일상을 뒤흔들었다. “정말 말도 못 하게 힘들었어요.” 유튜브로 얼굴이 알려지자 도움을 주겠다는 요청이 쏟아졌지만 그는 묵묵히 떡을 팔았다.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외발로 대리운전도 뛰었다. 술에 취한 손님이 황당한 표정으로 노려봐도 “걱정마세요. 저 운전 엄청 잘해요”라며 운전대를 잡았다. 취업을 위해 많은 곳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거절 당한 것에 익숙해 보려 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그가 찹쌀떡 장사를 시작한 것은 2010년 쯤이었다. 어느날 생활 정보지에 ‘장사할 분 찾아요. 번 만큼 가져갑니다’라는 광고를 보고 그날부터 떡이 든 통을 메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을 맞부딪치며 찹쌀떡을 파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일단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식당 문 앞에 서성이며 종종거리다가 돌아서 버렸다. 한시간 쯤 지나가며 자책이 찾아왔다. ‘이거 하나 돌파 못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용감하게 식당에 들어서니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니 만원어치 떡을 사주었다. 그 순간을 그는 잊지 못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었는데 대낮처럼 밝아 보였다고 했다.

 

 한번은 화성 병점에서 떡을 팔고 돌아서는데 누가 뛰어오는 것이었다. “우리 사장님이 떡을 더 사겠다며 모시고 오래요” 달려가서 “몇 개 더 드릴까요?”했더니, “스무 개요” “감사하다”고 외치고 돌아섰는데 아까 그분이 헐레벌떡 다시 뛰어왔다. “우리 사장님이 떡 다 사시겠다고요. 다시 오시래요. 들고 가지 못하신다”고. 세상에는 이런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그날 완판하고 조기 퇴근했다고 껄껄 웃는다.

 

 그는 결혼도 했다. 떡 장사를 하면서 만난 여인에게 줄기차게 고백한 끝에 응락을 받는다. 연상의 아내는 딱 한마디로 남편을 추켜세웠다. “다른 건 몰라도 열심히 사는 거 하나는 1등입니다.” 노력의 힘을 믿는 그는 “거절당하는 데 익숙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라며 다부지게 말한다. 그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바쁘게 사는 것이라고. “어차피 주어진 삶은 한 번이고요. 포기하지 말았으면 해요. 절망과 희망은 딱 한 글자 차이잖아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 응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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