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2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심장-2.jpg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배의 소개로 정신병원장과 마주앉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폐쇄병동에서 생활을 하겠다.”고 했지만 원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환자들은 워낙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사람들인데 “나중에라도 환자가 아닌 작가인줄 알면 ‘우리를 속이고 탐색하러 왔었다.’며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정 작가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사복을 입고 들어가 작가라는 사실을 밝히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격적인 허락이 떨어진다. 그녀는 “폐쇄병동”에 들어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면서 그들이 받는 프로그램을 받으며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첫날 병동에 들어갔는데 어떤 자매가 다가와 “엄마!”라고 불렀다. 얼마나 당황을 했겠는가? 알고 보니 그 환자는 ‘버킹검 공주’로 불리우고 있었다. 작가는 그날부터 졸지에 여왕이 된다. 공주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부르면 누구든 와야 했다. 사람들은 그날부터 “여왕님, 여왕님!”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 주었다.

작가는 못이기는 척 하며 “국민여러분의 사연을 들어 줄 테니까 다 이야기를 해라.”고 명령(?)을 내렸고 환자들은 마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자신의 사연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약속한 한주간의 끝인 토요일이 되었다. 그날은 병원에 특별한 날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입금된 돈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배석보호사의 지시에 따라 줄은 둘로 갈라진다. 한 줄은 “사입금”을 소유한 환자들의 줄이고, 다른 하나는 연고가 없어 ‘사입급’조차 들어오지 않는 환자의 줄이다.

작가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번호를 부르면 ‘사입금’으로 음식을 산분들이 앞으로 나온다. 주문한 것을 가져가면서 한 조각씩(피자의 예)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사입금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에 구경만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십시일반 음식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작가도 줄을 선 끝에 오징어 다리 하나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정신 줄을 놓고 사는 병원인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약자를 위한 배려와 사랑이 계승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정신병동하면 여기저기서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무질서한 장면만 연출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도 사랑이 있고 질서가 있고 사람냄새가 나는 정이 있었다. 음식배식이 끝나자 술 대신 ‘쥬스’잔을 마시며 소박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이 일어나 “은하철도 999”를 선창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창을 하며 “기차놀이”가 시작되었고 작가도 앞사람의 어깨를 잡은 채 한참이나 돌며 춤을 추어야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분들의 모습은 우리와 똑같았다. 병세가 도져 발병을 할 때는 몰라도 평상시 모습은 너무도 착하고 평범했다.”고. 그러면서 작가는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들이 정신병에 걸릴 수밖에 없었음을 깨닫는다. 정말 그랬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고 전혀 속일 줄도 모르며 살았기에 배신을 당해야 했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면역이 없는 분들이 그들이었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다. ‘버킹검 공주’가 다가오더니 “제발 내 한을 풀어 달라.”며 안겨온다. 작가는 대답을 못하고 돌아섰다.

운동장에 나와 걷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3층 베란다에 환자들이 까맣게 붙어서서 “잘가라!”고 외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작가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병원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멋진 내용의 소설을 써낸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25살 동갑내기 두 청년의 가슴 아린 사연이 오롯이 책에 담겨있다.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을 문턱에 선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 변산공동체 1/28/2013

    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
    Views65096
    Read More
  2. 덕구의 빈방

    밀알선교단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빈방있습니까?”가 지난 주간 나흘동안 이어졌다. “덕구”는 연극 “빈방있습니까?”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능이 현저히 낮고 말이 어눌하다. 성탄절...
    Views64961
    Read More
  3. 시각 장애 골퍼의 희망샷 8/5/2013

    캘리포니아 “우들랜드”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발렌타인스데이를 맞아 엄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위해 플라스틱 파이프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테디 베어’가 그려진 작은 펜스를 엄마에게 선물로 주...
    Views64932
    Read More
  4.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4927
    Read More
  5. 뒷곁 풍경 9/4/2012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오붓한 장소가 있다. 바로 내가 살던 시골집 뒷곁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가 있었다. 지금 같은 견고한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로 엮은 울타리였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
    Views64910
    Read More
  6. 살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6/2/2014

    2002년 가을, 한국에서 목회하던 교회에 반주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목사님, 이런 인생도 있네요.”라는 제목이었다. 메일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까?’ 다름 아닌 “이지선”...
    Views64902
    Read More
  7. 부부는 거울이다 8/31/2011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관계가 부부이다. 전혀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이 어느 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이불을 덮는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한눈에 반해서, 서로 함께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어서 부부가 되...
    Views64899
    Read More
  8. 장애인은 아름답습니다 3/8/2014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그해 여름에 열린 대종상 영화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게 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
    Views64884
    Read More
  9. 기분 좋은 상상 12/9/2013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장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꿈이요, 기적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장애인들은 평생 꿈으로 바라보며 산다. 삼중고(시각, 청각, 언어장애)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
    Views64877
    Read More
  10. 실수가 아니란다! 11/4/2013

    임마누엘교회(김태권 목사 시무)에서 개최하는 “새생명축제”의 강사로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혜의 자리에 동참하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인 부모님 밑에서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심히 어려웠...
    Views64833
    Read More
  11.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4807
    Read More
  12. 아내의 빈자리 8/20/2012

    항상 곁에만 있던 아내가 한국에 갔다. 10년 만에 고국방문이다. 무려 한 달간의 일정을 잡고 둘째와 함께 떠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아이가 떠나는 날에 한국에서 네 명의 손님들이 우리 집에 당도했다. 한국 밀알의 단장들이었다. 적적해 질 수 밖...
    Views64750
    Read More
  13. 아내가 대들면 나는 돌아요 9/16/2013

    한국에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만난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잔뜩 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술을 한 잔 걸친 것도 같다. 나이는 얼핏 40대 후반은 된 것 같은 남자가 찾아왔다. 우선 “과거 탐사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는 질문을 던진다. “나...
    Views64730
    Read More
  14.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4653
    Read More
  15. 들으면 열린다! 6/26/2015

    사람의 얼굴을 보면 코와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 있다. 이목구비 모두 요긴하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성경 야고보서 1:19절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
    Views64653
    Read More
  16. 요령의 미학 6/13/201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전무하다. 라면이야 누구나 끓이는 것이고 요리라 이름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는 없다. 단, 밥은 잘한다. 이것은 내 아내와 아이들도 인정을 하는 면이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자취를 한 이력 ...
    Views64588
    Read More
  17.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4523
    Read More
  18.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4521
    Read More
  19. 수은주의 눈금이 내려가면 그리움의 온도는 올라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어느새 겨울의 반갑지 않은 입김이 서서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서부에 살 때에는 한결같은 청명한 날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동부는 그런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계절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흩날리는 가을 낙엽 속에서 불현 ...
    Views64339
    Read More
  20. 내 심장을 쏴라! 9/9/2013

    한 소설가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정신병원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영감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정신병원 이야기를 추측으로만 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직접 들어갈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선...
    Views6424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