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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10:19

시장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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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흥미롭고 신기하다. 규모를 갖춘 번듯한 가게에서 안정된 사업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텃밭에서 농사지은 곡물과 채소를 이고 나와 좌판을 벌여놓은 노파들의 모습이 서럽다. 여느 상인들처럼 목숨 걸고 장사를 하는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5일 장에서 만나는 이웃이 있어 좋고 어우러져 마시는 막걸리와 돼지고기 숭숭 썰어넣은 김치찌개 안주에 더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 그렇게 7~80이 넘은 할머니들의 표정에서 넉넉함을 본다.

 

  인생은 어차피 반복적이지만 시장 사람들이야 말로 다람쥐 쳇바퀴 삶을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시장으로 향한다. 식당을 하는 분들은 새벽부터 출근이다. 첫 손님을 맞이하여 마수걸이를 하면 기분이 째진다. 장사스타일도 각각이다. 어떤 분은 소리를 지르며 손님을 부른다. 손님이 다가오면 상냥하게 인사를 하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명을 한다. 반면 무덤덤한 주인도 있다. 성격과 말수가 다르지만 그렇게 인간 세상은 버무려져 흘러왔다. 한푼이라도 깎아보려고 흥정하는 손님의 모습이 결코 밉지않은 곳, 그 응석을 마다하지 않고 한 줌 더 얹어주는 미덕이 시장의 매력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이웃들의 진지함을 엿보게 한다. 먹자골목의 왁자지껄함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장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장사가 잘되는 날도 있지만 한가하기 이를데 없는 날도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때는 순풍에 돛단 듯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용을 써도 캄캄절벽일 때가 있다. 봄의 나른함이 곧 여름을 불러들인다. 비지땀을 흘리며 고생을 하다보면 서늘한 가을바람이 겨드랑이에 파고든다. 그러다가 맞이하는 겨울. 그렇게 인생이 엮어져 감에도 도끼자루 썪는줄도 모르고 나이를 먹는다. 강가에 가만히 앉아 강물의 흐름을 바라보아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데 시장판 시계는 얼마나 신속히 갈까? 날이 저물어 가게 문을 내리고 집으로 향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여유도 없이 상인들은 세월에 덮혀 살아가고 있다.

 

  시장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단골이다. 날이 춥든지 덥든지, 거리가 얼마나 걸리는지를 막론하고 단골은 오직 그 집만 찾는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가게에 들어서던 어리디 어리던 아이가 장가, 시집을 가고 아이들과 그 가게를 찾아온다. 손님뿐이랴! 장사에 몰입하며 돌아치다 보니 검디검던 머리는 희어가고 어리던 아이들은 장성하여 떠나간다. ‘제발 고된 삶을 넘어서서 살라고 온갖 고통을 견뎌내며 공부를 시키고 뒷바라지를 했건만 어느새 그 자리에 돌아와 부모의 기업을 이어받는 자식들도 있다. 애비의 마음은 아리디아리지만 어쩌랴! 도시에서 웬만한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몸은 고되도 속은 편하다니 말이다. 시장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의 단면도를 보는 듯하다.

 

  내가 시장영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엄마를 따라다니며 맡던 장날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가 따라나선 시장의 분위기는 어린 가슴을 달뜨게 해주었다. 가게에서, 혹은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경기도 어투가 너무도 정겨웠다. 생선가게를 지나며 맡는 비릿한 냄새가 싫지 않았고 포목상을 지날때에 화려한 옷감 진열대가 눈호강을 시켜주었다. 드디어 만나는 먹자 가게에서 맛보는 음식이 어린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 어느날 밀고 들어온 대형할인마트와 인터넷 쇼핑으로 인해 전통시장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편의주의와 원스톱 쇼핑의 편리함이 시장상인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을 때, 기분전환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싶을 때 꼭 가봐야 할 삶의 현장이 바로 시장이다. 한국 시장의 정취가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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