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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가을, 밀알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Park로 출발하기 앞서 밀알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부모의 차를 타고 장애아동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라이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밀알에 나와 봉사하던 한 분이 놀란 눈으로 어머니의 손을 움켜잡았다. 평상시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단아하고 친절한 인상의 엄마에게 장애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날에야 알고 놀란 모양이다. 그 분이 차를 몰고 떠나는 순간, 그분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 마음이 편하질 않아 한마디 했다. “아니, 왜 우세요? 아들이 장애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 그분이 대답한다. “불쌍해서요” “아니 밀알에 나와 봉사하시는 분이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계세요?” 약간 짜증 섞인 내 말에 당황하는 듯했다. 장애아를 둔 것이 불행한 일일까? 장애가 없이 건강한 것만이 축복일까? 평소 가지고 있던 그분에 대한 호감이 풍선이 터지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내 그분은 밀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 밀알선교단에서는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를 Care하는 <토요 사랑의 교실>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팬데믹을 거치며 모임이 조금 위축되었지만 그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삶의 위로와 보람이다. 발달장애란? 말 그대로 성장에 문제가 온 것이다. 어느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기보다 인지, 운동, 언어 등 발달 영역에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토요일에 나오는 자원봉사자(이하 자봉)들은 대부분 Youth Group 학생들이다. 지난 주. 성실하던 여학생이 결석을 했다. 전화를 해도 반응이 없다. 처음에는 걱정을 하다가 은근히 서운함이 밀려왔다. 1주일 만에 나타난 소녀에게 사유를 묻자 “SAT 시험을 망쳐서 엄마가 핸드폰을 앗아가고, 아무데도 못 나가게 했어요”라는 말에 속 좁은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들에게는 학업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자봉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이 아이들을 돌보지만 평생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라고.

 

 최근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숨지게 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비정한 부모가 저지른 단순한 범죄일까?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추산한 비슷한 사건은 최근 2년 동안 최소 20건 이상이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 4월 발표한 ‘고위험 장애인가족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돌봄자 374명 중 3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6.7%는 우울, 불안등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새록새록 태어난 내 아이가 나이를 먹으며 점점 신체와 지적 능력이 떨어져 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좌절을 경험한다. ‘설마 내 아이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죄책감을 안은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모든 면에 최선을 다한다.

 

 발달장애 아동은 갑자기 고집을 부리거나 돌출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해를 하기도 한다. 어릴때는 힘으로라도 제어가 됐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통제가 힘들어 진다.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부모는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는 것도 사치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는 점점 약해지기 때문이다.

 

 장애아 부모들의 슬픈 소원은 “아이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다. 혹여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겨질 아이 걱정에 가슴이 메인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것은 우리의 상상처럼 수월하지 않다. 발달장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고나 질병처럼 드문 확률이지만 생길 수 있는 일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것 뿐이다.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나도 장애인이다. 어려운 시련이 많았지만 잘 견디며 누구보다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를 배려해 준 천사들이 있었다. 불쌍하다고 울기보다 그분들의 짐을 나누어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 배려가 필요하다. 장애는 결코 부끄럽거나 동정할 일이 아니다. 조금 다를 뿐이다. 장애아들의 영혼은 누구보다 영롱하다. 소중하다. 귀하다. 하나님의 마음은 그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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