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05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빠.jpg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잔치가 있었다.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경부 고속도로를 내려가던 중에 운전하던 아내가 남편에게 가정사역 숙제를 하자고 제의했다. 옆자리에 무료하게 앉아있던 남편이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들으며 운전하던 아내는 도착할 때까지 무려 여덟 번이나 자동차를 세우고 울어야 했다.

 

  공납금이 밀려 수도 없이 학교에서 집으로 쫓겨 갔던 이야기부터 공부못한다고 책가방을 부엌 아궁이에 쑤셔 넣고 석유를 뿌려 불을 지르며 밥 축내지 말고 공장이나 다니라고 하던 아버지, 공책이 없어 시멘트 종이를 뜯어 뒷면을 공책으로 사용하며 친구의 하얀 공책을 무척 부러워했던 이야기, 빌려온 만화책을 아버지한테 들켜서 뭇매를 맞고 만화책을 몽땅 못쓰게 만들어 친구에게 오랜동안 시달림을 당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분위기는 금방 숙연해 졌다.

 

  그렇게 이어진 남편의 사연 중에 가장 충격적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겪은 일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눈깔사탕 큰 것을 입에 물고 나왔어. 그때만 해도 참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함께 놀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친구에게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나도 합세를 했지. 이 친구는 놀리기만 할 뿐 깨물어 먹지도 않고 야금야금 혼자 열심히 사탕을 빨고 있는 거야, 애가 탄 나와 친구들은 계속해서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했어, 그랬더니 사탕을 뱉어 건네주는 거야!

 

  옆 친구가 얼른 받아서 입에 넣고 한번 빨아먹고 다시 빼서 옆 친구에게 주고, 또 그 친구도 그렇게 하고 옆 친구에게 주고 네 번째인 내 순서가 되어서 그 사탕을 받아서 막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사탕 주인인 친구가 갑자기 '저 새낀 주지마!' 하는 것이었어, 깜짝 놀라서 침이 잔뜩 묻은 사탕을 손에 들고 멍청하게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친구가 얼른 내 손에서 사탕을 뺏어 자기 입에 넣는 거야, 그렇게 여섯 친구가 돌아가며 모두 한번씩 사탕을 빨았는데 나만 먹지 못했었어. 친구들이 미안했는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 사탕을 돌아가면서 빨아먹는데 얼마나 쑥스럽고 창피했는지? 결국 마지막 친구로부터 그 작아진 사탕을 건네받은 그 친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웃고는 와자작깨물어 먹는 거였어. 그때 내 기분 어땠는지 알아, 그때 그 자식죽이고 싶었어.”

 

 그리고 남편은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연신 닦아낸다. 고속도로 임시 정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내는 아무말도 못하고 남편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함께 울었다. 그리고 흐르는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여보! 당신이 어렵게 자랐다는 것을 고모들로부터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힘들게 자랐는지는 몰랐어요! 위로가 필요하고 격려가 필요한 당신인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돈밖에 모른다고 당신에게 불평하고 잔소리만 했으니‥‥, 여보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때 갑자기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부부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초등학교 6학년 딸 아이와 4학년 아들 녀석이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소리 없이 흐느끼던 두 아이의 눈과 충혈된 아빠의 눈이 마주치자 아이들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아빠 목을 부둥켜안고 아빠가 불쌍해, 우리 아빠 불쌍해그 바람에 아내는 더욱 소리 내어 울고 아빠도 함께 부둥켜 안고 울었다. 네 사람의 가족이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 안에서 실컷 울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들의 가족관계가 훨씬 더 깊어지고 사랑스러워졌다.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왜 남편(아내)이 그러는지 알면 덮어주고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은 배우자를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1. Meister

    독일에는 ‘Meister’라는 제도가 있다. 원뜻은 ‘선생’이란 뜻을 갖는 라틴어 마기스터(magister)이다. 영어로는 마스터(master), 이탈리어로는 마에스트로(maestro)이다. 우리말로는 “장인, 거장, 명장”등으로 불리우기도...
    Views10351
    Read More
  2. 그쟈?

    철없던 시절에 친구들끼리 어울려다니며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다가 끝에 던지는 말이 있었다. “그쟈?” 무척이나 정겨움을 안기는 말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더딘 듯 한데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 지루한 듯한데 돌아보니 까마득한 과거가 되어있...
    Views9982
    Read More
  3.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새해가 시작되었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깊이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가정사역을 할 때에 만난 부부이야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즈음에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숙제를 주었다. 마침 그 주간에 대구에서 시어머니 칠순...
    Views10542
    Read More
  4.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10416
    Read More
  5.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10564
    Read More
  6.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11174
    Read More
  7.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10956
    Read More
  8.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1465
    Read More
  9.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11333
    Read More
  10.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1752
    Read More
  11.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1501
    Read More
  12.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1898
    Read More
  13.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2155
    Read More
  14.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1758
    Read More
  15.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2388
    Read More
  16.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2689
    Read More
  17.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2078
    Read More
  18.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3102
    Read More
  19.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2615
    Read More
  20.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250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