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33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컵라면.jpg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저녁 식사를 건너뛴 탓에 시장하여 냉장고를 뒤져봤으나 안엔 생수뿐이었다. 예비 신랑은 이미 잠이 든 상태라 혼자 음식을 시켜 먹기도 곤란하던 그녀는 신발장 구석에 컵라면이 있던 게 생각났다. 컵라면을 먹고 새벽까지 정리를 마저 하고 잠들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예비 신랑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다짜고짜 컵라면 왜 먹었어?”라고 따졌다. 잠이 덜 깨 어리둥절해 하는 그녀를 향해 그거 오늘 먹으려고 일부러 신발장에 둔 거고 아침에 컵라면 먹을 생각에 지금 김밥도 사 오고 물까지 끓였는데 막 물 부으려고 보니까 없잖아!”라며 성을 냈다. 그녀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 졌다. ‘결혼할 여자가 컵라면 하나 먹은 것 때문에 짐 정리하다 곯아떨어진 사람을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깨울 일인가?’ 예비 신부도 받아쳤다. “배고파서 먹었어! 어차피 1층에 편의점도 있고 다시 갔다 오면 될 거 아니야? 컵라면 하나 먹은 것이 이렇게 화를 낼 일이야? 뭐 하는 짓이야 이게?” 남자의 태도는 더 황당하다. “시끄러우니까 당장 빨리 컵라면 사 와!”

 

  순간적으로 그 남자는 기존에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이성을 잃은 눈빛은 연애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눈빛이었다. 평소 먹을 게 있으면 자신을 먼저 챙겨주던 그였기에 신경질 내는 모습 또한 생소했다. 참다못한 예비 신부는 그대로 가방을 들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후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 예비 신랑에게 걸려온 전화. ‘이제서야 사과를 하려고 전화를 했나 보다생각했다. 하지만 왜 사과 안 해? 컵라면도 마음대로 먹고 그 사고를 치고서 수습도 안 해주고 그냥 가다니 너는 뺑소니범이나 다름없어.” “사고? 그까짓 게 사고야? 결혼할 사람한테 컵라면이 아깝냐? 그런 일로 자는 사람 깨운걸로 난 사과를 받아야겠어라고 말했다. 서로는 더 격앙되어 갔고 우리 결혼 다시 생각 해보자로 번져갔다. 여자가 파혼을 결정하고 청첩장부터 웨딩드레스와 메이크업, 예식장 등 하나하나 취소해가자 남자는 다급해졌다. 그때서야 당황한 남자가 사과를 했지만 두사람은 결혼 한달을 앞두고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설마 컵라면 하나로 파혼을 할까?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의외로 부부문제는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혼을 한 후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될 때는 콩깎지가 씌워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의 진정한 성품과 인격을 알려면 그 사람의 평소 언행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생각한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애할 때는 서로 좋은 모습, 장점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 사람의 단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단 결혼을 결심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덮고가려는 심리가 작용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다. 결혼 전에 만난 그 사람은 실체가 아니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된다. 연애할 때는, 결혼을 하기 전에는 상대에게 신사적이고 호의적이다. 하지만 일단 부부가 되면 긴장감을 놓게 되고 속에 있는 것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앞에서 말한 남자는 이미 결혼을 한 것이나 매한가지로 생각하고 컵라면 하나에 정체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마련이다. 결혼 전에 그가 어떤 사람들과 교제하는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영역은 어떤것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약자를 감싸주며 상대를 배려하는 그런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1.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21231
    Read More
  2.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21235
    Read More
  3.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22521
    Read More
  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20942
    Read More
  5.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21315
    Read More
  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22026
    Read More
  7.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22267
    Read More
  8.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23390
    Read More
  9.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23181
    Read More
  10.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22311
    Read More
  11.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22935
    Read More
  12.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23081
    Read More
  13.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23720
    Read More
  14.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23559
    Read More
  15.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23341
    Read More
  16.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23152
    Read More
  17.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23563
    Read More
  1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23307
    Read More
  19.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9705
    Read More
  20.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2437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