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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jpg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불신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온 가족이 믿음으로 하나 되는 모습. 그것이 내가 어릴때에 꾸던 간절한 소망이었는데 아이들이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고 사위들까지 함께 모여 예배하며 성취되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을 떠나올 때에 오랜 친구 최일도 목사(밥퍼공동체 대표)가 선물을 손에 쥐어주었다. 나중에 풀어보니 나침반이었다. 내 서재에 놓여있는 나침반을 보며 초심을 가다듬는다. 지남침은 언제나 남북을 가리키도록 되어있고 겨냥표 끝은 북쪽방향을 정확하게 가르킨다. 오직 예수! 그곳이 내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친구는 나침반으로 강조해 준 것 같다.

 

  1일 아침, 온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찬송을 부르고 식사기도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 그러면서 나누는 덕담 이제 한 살 더 먹었네. 다들 건강하고 복많이 받아라정초가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로 서로를 격려한다. 한국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한다. 이 말은 뉴턴역학처럼 시간을 절대적(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주체)와 관계(상대적) 속에서 보는 것이고, 시간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철들었다이다. 친구 간에, 가족끼리 의젓한 말과 행동을 할 때에 어김없이 내뱉는 말이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철이 들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철부지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자는 철나면 죽는다고 했던가? 여기서 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철들다라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이다. 원래 철이 들었다는 말은 농사와 관계가 있다. “계절(season)”을 의미하고, “들었다는 그 계절에 나오는 과일이나 농산물이 거둘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이 자기 나이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시간의 기운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나이 값을 못한다.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는 말은 계절이 반복되었을 뿐 깨달음도 변화도 없었다는 비아냥의 표현일 것이다. 그저 나이에 따라 계절이 스쳐가는 횟수가 빈번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을 향해 영어로 “grow up”(철들어라) 혹은 “Act your age!”라고 해야 할까?

 

  중국 사람들의 시간관도 우리와 비슷하다. 설날 아침 자오쯔(만두)를 먹으면서 껑쑤이자오쯔(更歲交子)”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는 것이 늙는(old)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속이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이고, 우리말로는 철이 든다는 말이다. “너 한 살 더 먹었구나를 영어로 하면 “You've aged a year”가 된다. 여기서 ‘age’오래되다, 늙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문장을 직역하면 너는 한 살 더 늙었다가 된다.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How old are you?” 참 희한하다. “나는 스무 살이다를 영어로 하면 “I am twenty years old”이다.

 

  동양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나이를 먹으며 철이 들기를 다짐하고 성숙을 향해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나이가 드는 것은 죽음()을 향해 가는, ‘늙는 것(old)’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이(시간)를 이렇게 보는 것은 히브리적(기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희랍적인 시간관에서 온 것 같다. 플라톤은 사람이 발 딛고 사는 세상 저편에 '이상 세계'를 놓는다. 이상 세계는 관념 세계이며, 흔히 이데아 세계라 한다. 그 세계는 변화가 없고 언제나 완벽하고 영원하다. 반면에 사람 사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이데아 세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시간 또한 인간의 영역에 있는 것이고, 그것은 영원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시간(나이)은 손실, 퇴락, 몰락을 뜻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자. 그리고 그 힘으로 철든 삶을 살아가자!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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