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4.16 12:21

나빌레라

조회 수 164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나빌레라.jpg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이 주인공을 맡았다. 그의 나이 어느새 76세이다. 그런 그가 늦깍이 발레리노에 도전하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다. 오랜 친구가 양로원에서 외로이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 덕출진짜 좋아하는 걸 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인이 발레를 하려 한다는 것이 헛된 노망처럼 보이지만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심장은 뛴다.

 

 50년 차이를 극복한 채록(송강 )과의 '() 사제 호흡''나빌레라'의 관전 포인트다. 노인의 쌩뚱맞은 발레 도전에 스물셋 젊은이는 몸서리를 친다. 하지만 끊임없이 다가서는 진정성 앞에 송강은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고 두 사람은 서서히 끈끈해져 간다. 상처뿐인 젊은 채록의 마음을 보듬어가는 과정이 정겹고 눈에 이슬을 머금게 한다. 꼰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손자뻘 되는 청년에게 참 제자로 다가서는 그 모습이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표상인 듯싶다. 힘들지만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사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실상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나는 베이비부머세대이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부대끼며 수업을 했다. 교복와 교련복은 우리 세대의 상징이며, 대학 시절 최루탄 냄새를 벗 삼으며 격변기를 지켜보았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한국경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도약을 했지만 주어진 직장에 최선을 다하던 40대에 IMF의 돌풍을 맞아 희생양이 되어 갔다. 2002 월드컵은 그 위력을 과시하며 국민소득이 치솟는 세상이 왔건만 우리 세대는 서서히 중앙의 자리를 내어주는 나이에 접어들고 말았다. 이런 의미에서 드라마 '나빌레라'는 모든 것이 혼미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 삶을 회고하는 글을 읽었다. “나는 늙는 것도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 어떤 사람은 소년시절에 요절했고, 어떤 사람은 청년시절에 일찍 갔고 어떤 사람은 제집 문지방에 넘어져 황당한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나는 하늘이 준 운세를 누리며 무사하게 살아왔으니 이는 천우신조요 필시 행운이 나를 돌봄이니 이에 감사하고 만족하련다. 나에게 오늘이야말로 앞으로의 살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며 가장 소중한 날이라 기쁘게 반기고 싶다. 오늘을 건강하게, 즐겁게, 열심히, 긍정 속에 살고 여유롭게 살다가 예기치 않은 어느 날 홀연히 사별을 맞이한다면 그때 자연으로 돌아가 한 줌의 흙이 되리라.” 글을 읽다가 하늘을 보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그만큼 경험과 연륜이 삶의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눈에 나타나는 현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기대치도 높지 않지만 만사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의연함이 자리하였다. 사람에 대하여 너그러워졌고 자연을 보는 깊이가 더해졌다. 프레이밍 효과가 있다. 긍정적 틀과 부정적 틀에 따라서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 같은 말을 가지고 어떤 틀에 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전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아는 말로 반밖에 안 남았네가 아니라 아직도 반이 남았네사고이다.

 

 지나치며 만나는 어린아이의 미소가 아름다운 건 내 안에 동심이 있기 때문이요. 해맑은 아침햇살이 반가운 건 내 안에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듣기 좋은 건 내 안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늘 감사한 건 내 안에 겸손이 있기 때문이요. 오늘 마주친 사람들이 소중한 것은 내 안에 존경이 있기 때문이다. 내 삶에 늘 향기가 나는 건 내 안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자꾸만 곁길로만 나가는 청년을 향해 덕출이 해 준 말 네 마음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너도 날아오를 수 있어. 그러니까 끝까지는 가지마나빌레라!

 


  1.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6531
    Read More
  2.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6407
    Read More
  3.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7258
    Read More
  4.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6782
    Read More
  5.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84484
    Read More
  6.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7294
    Read More
  7.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7746
    Read More
  8.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7879
    Read More
  9.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7662
    Read More
  10.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6849
    Read More
  11.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7060
    Read More
  12.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8055
    Read More
  13.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8211
    Read More
  14.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7896
    Read More
  15.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7491
    Read More
  16.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8296
    Read More
  17.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7542
    Read More
  18.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7793
    Read More
  19.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8139
    Read More
  20.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845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