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8.13 10:38

관중 없는 올림픽

조회 수 171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올림픽 감동.jpg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작된 올림픽은 이제 세계인에게 4년마다 인생 드라마를 안기는 최대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쿠베르탱의 스포츠 제전을 통해 세계 청년의 우정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린 것이 1896년이니까 그 역사도 어느새 125년이다. 한 사람의 새로운 발상이 기나긴 세월 동안 확대되며 이어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무언가 처음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엇이든 거창하고 화려하게 시작하려는 욕심이 있다. 하지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모퉁이에서 마음에 품었던 꿈 하나를 시도해 온 사람들에 의해 인류사는 발전되어 왔다. 그러니까 움직여야 한다. 불가능 앞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작은 발상이 올림픽의 대역사를 이루어낸 것처럼 오늘도 작은 것, 그리고 처음 내딛는 1(first)이 얼마나 가치를 나타내는가를 깨달아야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미루어졌던 올림픽을 개최국인 일본은 1년 후 기어코 막을 올리게 된다. 문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여 무관중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스포츠와 각종 공연은 관중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별히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직접 시합을 하는 당사자도 즐겁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관중들이 더 흥미로워하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무관중이라니? 경기를 하는 선수는 물론이고 국가의 명예를 안고 출전한 선수들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예 배제된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상적으로 올림픽이 열렸다면 한국의 대규모 응원단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을 것이고 그 힘으로 우리 한국은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달 순위 16위로 근래 출전한 올림픽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을 올리고 말았다.

 

  올림픽의 진미는 개막식이다. 식전 행사로부터 입장식과 다채로운 세레머니가 가슴을 들뜨게 한다. 클라이막스는 성화점화이다. 개최국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휘되며 성화는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후에 진행되는 기상천외한 프로그램은 함께한 관중과 TV를 지켜보는 지구촌 곳곳에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금년은 모든 것이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역시 관중이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사람은 누구나 reaction(반응)을 먹고 산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경기장에서 혹은 공연을 할 때에도 객석에서 흘러나오는 반응이 공연하는 사람의 마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의외에 종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도, 탄성도 없었기에 분위기는 시큰둥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인생을 돌아보니 2, 30대는 생의 황금기이다. 그 시기를 오로지 올림픽 메달에 꿈을 향해 달리는 젊음이 귀하고 아름답다. 누릴 것 다 누리며 메달을 따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합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극한 고통을 견디며 준비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영조는 연습 도중 지나가는 차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극한 훈련을 견뎌내고야 몬주익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스포츠에는 영원한 영웅도, 패자도 없다. 과거의 금메달리스트는 세월에는 장사가 없네요라는 말로 노메달의 서운함을 달랬다. 나이가 들어가며 메달리스트들의 the day after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젊은(어린) 나이에 정상에 선 그 후가 더 중요하다. ‘성취 이후의 삶을 어떻게 충실하게 엮어가느냐?’는 메달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이다. 무관중 올림픽을 바라보며 영광의 순간을 관리해 가는 진짜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올림픽에서 땀 흘린 모든 선수들, 당신들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1. 구름을 품은 하늘

    처음 비행기를 탈 때에 앉고 싶은 좌석은 창문 쪽이었다. 날아오르는 비행기의 진동을 느끼며 저만치 멀어져 가는 땅과 이내 다가오는 하늘을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 쪽에 앉은 사람을 부러워하며 목을 빼고 밖을 주...
    Views61175
    Read More
  2. 구름 9/7/2010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하늘과 땅,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땅을 밟으며 우리는 인생 이야기를 엮어간다. 어쩌다가 만나는 지평선을 보며 저 땅 너머에 있는 세계를 그려본다. 그러다가 찾아가는 바다는 “지구의 ...
    Views81516
    Read More
  3.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77320
    Read More
  4.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79664
    Read More
  5.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50282
    Read More
  6.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7174
    Read More
  7. 관상 1/16/2015

    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
    Views85256
    Read More
  8.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8421
    Read More
  9.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32710
    Read More
  10.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6046
    Read More
  11.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7128
    Read More
  12. 고독은 가을을 닮았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
    Views63779
    Read More
  13. 고난의 종착역

    고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가가 울며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이리라. 고난이 없는 인생은 없다. 날마다 크고작은 고난을 감내하며 인생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고난을 통과하지 않고는 보배를 ...
    Views12478
    Read More
  14. 경동시장 1/24/2015

    나는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제기동”에서 살았다. 가까이는 청량리 역이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홍릉과 세종대왕 기념관, 그리고 당시 KIST가 자리한 사통팔달의 동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시장통’이었다...
    Views80917
    Read More
  15. No Image

    결혼하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예요!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새댁이라면 새댁이 내뱉은 말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남자하고 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해 살아보니 “말짱 꽝”이다. 연애 할 때는 이벤트로 깜짝깜짝 놀라...
    Views6957
    Read More
  16. 결혼의 신기루

    연거푸 토요일마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코발트색 가을하늘. 멋진 턱시도와 눈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신랑 신부의 모습은 진정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롱하다. 필라에는 정말 멋진 야외 ...
    Views10019
    Read More
  17. 결혼 일곱고개 6/17/2012

    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세상을 살면서 “결혼”처럼 황홀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은 오...
    Views67946
    Read More
  18. 결혼 상대자로 장애인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인생의 3분지 1은 혼자서 산다. 3분지 2는 둘이서 살아야 한다. 혼자 살 때는 가끔 외로울 때가 있긴 하지만 자유로워서 좋다. 그러나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혼자서는 잘 살아가지 못하도록 창조하셨다. 반드시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여 Life Story를 엮...
    Views64270
    Read More
  19. 겨울이 전하는 말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
    Views30130
    Read More
  20. No Image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사람의 처지가 좋아지면 꽃이 피었다고 표현한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위험성이 있지만 한때는 여성들을 곧잘 꽃에 비유했다. 바라만 보아도 그냥 기분 좋아지는 존재, 다르기에 신비로워서일까? 꽃을 보며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어여쁜 꽃을 보면 누구나 ...
    Views98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