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69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애우.jpg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고상하고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장애우”로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우”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는 의미로 운동론 관점에서 붙인 말이었다. “나는 장애인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장애우다.”라고 쓰기에는 어색한 말이다. 거기다가 한국 정서에서 손자가 할머니 장애인에게 ‘장애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그러면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소위 장애가 없는(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한때는“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상의 기준이 장애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훨씬 자연스럽다. 결국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로 상용하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눈이 안 보이는 ‘시각 장애인’의 경우 보통 “눈이 멀어 안 보인다.”는 표현을 쓴다. 이때 ‘눈이 멀다’라는 표현을 시각 장애인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할리 없다. 그럼에도 새 번역 성경에는 시각장애인을 “맹인”으로 기록한다. 결국“눈이 먼”이라는 표현보다는 “눈이 안 보이는”이 더 나을 듯하다. 눈뿐만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경우에도 “귀가 먹었다.”가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훨씬 낫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가 있다. 눈이 잘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귀가 잘 들리고 안 들리고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단어뿐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착하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아주 거북하다. 왜 그럴까? 이것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왜곡을 낳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도 낸다. 정말 성격이 표독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작품에서는 항상 ‘천사표’ 같이 웃는 얼굴만 그리니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해를 전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애인은 항상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기에 착하고 선하게만 그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장애인을 감동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장애인이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로 등장한다.그러나 장애인들은 역경을 항상 극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늘상 장애가 있기 때문에 불편한 줄 모르고 살고 있으며,그것 자체에 이미 극복의 여지가 없다. 이 역시 장애인이 항상 연민과 시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에서 비롯하는 점이다.

 

상품화도 영원한 문제다. 요컨대, 장애인은 언제나 있는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날, 혹은 연말연시이며 다시 봄이 되면서 시들해진다. 영화 <말아톤> 성공 이후에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장애인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호평을 받은 작품은 적다. <맨발의 기봉이>나 <허브>도 감동의 상품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익적이라는 <사랑의 리퀘스트>같은 프로그램은 여전히 질병, 장애, 고통을 감동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영화나 드라마속의 장애인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현실의 장애인에게서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이것 또한 무서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편견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간주하고 반응을 한다면 비극이다. 장애인은 평범한 사람이다. 모양이 다를 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그가 한 인격체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 사랑인 것이다.


  1.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94920
    Read More
  2.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94578
    Read More
  3.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91356
    Read More
  4.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93129
    Read More
  5.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86544
    Read More
  6.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98405
    Read More
  7.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99976
    Read More
  8.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89135
    Read More
  9.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84252
    Read More
  10.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87544
    Read More
  11.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85454
    Read More
  12.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89046
    Read More
  13.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85678
    Read More
  14.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98189
    Read More
  15.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96930
    Read More
  16. 한국 풍경 7/31/15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Views90222
    Read More
  17.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94378
    Read More
  18. 짜장면 좋아하세요? 7/17/15

    밀알선교단 모임에서 “당장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로 대화의 광장을 열었다. 희한한 질문에 장애인들 대부분은 “짜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철이 나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야한단...
    Views103131
    Read More
  19.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95260
    Read More
  20. 아빠 죽지마 7/3/2015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
    Views9149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